광주·전남 대학가 메타버스 수업 열기 확산

입력 2021-09-01 15:10 수정 2021-09-02 09:25

#강의실 1.
아바타로 분한 여대생이 가상세계 강의실에 들어가 앉을 자리를 선택한다. ‘저장하고 나기기’를 눌러 아리따운 외모로 꾸민 아바타가 그 자리로 이동한 뒤 화면 아래 ‘룸’ 메뉴 버튼을 클릭해 이 강의실에 누가 왔는지를 파악한다. 챗(Chat)메뉴로는 손쉽게 안부인사를 위한 채팅을 주고받는다.

#강의실 2.
관리자 수락이나 초대를 받아 강의실을 찾은 학생이 마이크로 말을 하면 아바타가 그를 인식해 입을 움직이고 손동작 등 몸짓을 곁들여 의사 표현을 한다. 강의실 상단 스크린 모니터에는 영상·PPT 등 다양한 자료를 언제든 띄울 수 있다. 현실로 다가온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대학강의가 진행되는 풍경이다.

광주·전남지역 대학가에 ‘메타버스’이 열풍이 불고 있다. 9월 시작된 2학기부터 아바타 강의를 시작하거나 플랫폼 구축에 나서고 있다.

동신대는 “신학기부터 5개 전공, 2개 교양 과목에서 메타버스 플랫폼 ‘인게이지’를 활용한 수업에 들어갔다”고 2일 밝혔다. 광주·전남에서는 처음이다.

해당 전공과목은 토목환경공학과 ‘수리학Ⅱ’, ‘토질역학 및 실험Ⅰ’, 조경학과 ‘조경의 이해2’, 전기공학과 ‘신재생에너지공학’, 방사선학과 ‘방사선치료학’이다. 교양 과목은 배드민턴 이론과 실제, 독서와 토론(역사) 수업이다.

학생들은 플랫폼에 접속해 수강 신청 과목의 메타버스 수업을 듣고 있다. 이름, 메일주소, 비번 등을 입력해 등록·로그인한 후 얼굴, 체형, 머리 모양, 의상, 신발 등을 직접 골라 자신의 마음에 드는 아바타를 생성하면 수업준비 끝이다.

수업 도중 발표는 물론 VR 고글형 디스플레이(HMD) 기기를 활용한 실험, 실습도 가능하다. 360도 강의실 전체를 볼 수 있어 입체감도 뛰어나다. 같은 공간에 들어온 선후배 아바타와 따로 교분도 쌓을 수 있다.

동신대는 코로나19 장기화로 비대면 수업이 지속하는 상황에서 집단 감염 위험을 막고 수업에 대한 학생들의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메타버스 강의를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대학은 2학기 동안 7개 교과목을 시범 운영한 뒤 학생·교수들의 의견을 수렴해 내년 1학기에는 메타버스 강의를 확대할 방침이다.



전남대 역시 이번 학기부터 일부 강의에 메타버스 기법을 도입하고 앞으로 입학·졸업식은 물론 입시설명회, 신입생 환영회, 가을 축제 등도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진행하기로 했다. 자체 플랫폼을 개발해 향후 5년 내 메타버스 가상캠퍼스를 구축하고 가상 공간에서 다양한 강의·교육·연구 활동을 한다는 것이다.

전남대는 이를 위해 최근 메타버스 캠퍼스 기획위원회를 출범하고 단계별 가상캠퍼스 활용방안을 마련 중이다. 대학 측은 메타버스 캠퍼스 구축에 최소 40억 원 이상의 예산이 필요한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대학은 ‘브이스토리(Vstory)’ 메타버스 플랫폼을 통한 수업과 학술대회 등을 적극 추진 중이다. 앞서 1학기와 계절학기 중에는 9개 국립거점대학이 참여한 학점교류 프로그램 1과목에서 메타버스 플랫폼 수업을 진행했다.

전남대 교육문제연구소는 지난해 10월 고교 1~2학년을 대상으로 이를 활용한 진로 멘토링을 선보이기도 했다. 전남대는 가상캠퍼스가 본격적으로 구축·운영되면 물리적‧공간적 제약을 벗어난 많은 인원의 비대면 강의와 수업, 세미나 등을 양방향 진행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전남대 교육혁신본부는 오는 10일까지 디지털도서관 정보마루 2층 갤러리존에서 메타버스 플랫폼 ‘브이스토리’를 동시 활용한 온·오프라인 성과공유회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교수·학생 대상 운영 프로그램의 성과를 확산하기 위한 성과공유회는 처음으로 다중이 동시에 온·오프라인으로 행사에 참여하는 행사다. 대학 측은 메타버스 운영에 대한 대학의 경험과 노하우 축적은 물론, 새로운 교육적 활용에 대한 점검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성과공유회에서는 2021학년도 1학기 교수·학생 대상 프로그램 참여 현황과 프로그램별 포스터, 참여자 소감문, 대회·공모전 수상작을 인쇄물, 웹파일, 동영상 콘텐츠 등 다양한 형식으로 전시한다. 이번 학기부터 진행하는 교수·학생 대상 프로그램도 함께 소개한다.

전남대 정성택 총장은 “공간적 제약을 뛰어넘는 메타버스 시대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며 “인공지능 융·복합 관련 학과 개설과 가상·증강현실 역량강화를 통해 적극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