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사 문재인’ 출간 강민석 前대변인 “방역 실패 주장 범람해 책 썼다”

입력 2021-09-01 14:12 수정 2021-09-01 17:11
강민석 전 청와대 대변인이 1일 서울 종로구 역사책방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오는 9일 출간되는 자신의 책 '승부사 문재인'을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민석(55) 전 청와대 대변인이 쓴 ‘승부사 문재인’(메디치)이 오는 9일 출간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코로나19에 어떻게 대응했는가를 보여주는 책이다. 코로나19 방역, 팬데믹 전시경제, 코로나 외교 등 세 부분으로 나눠 대통령의 발언과 행적을 소개한다. 강 전 대변인은 서문에서 “기자 출신의 전직 청와대 대변인이 쓰는 ‘코로나 난중일기’”라고 책을 소개했다.

강 전 대변인은 1일 기자 간담회에서 청와대를 나온 지 4개월여만에 현직 대통령에 대한 책을 쓰게 된 이유에 대해 “코로나가 언제까지 갈 지 모른다. 축구로 치면 지금 전반전이 끝난 건지, 야구로 치자면 지금이 몇 회인지 알 수 없다”면서 “코로나가 다 끝나고 책을 내는 것보다 중간 점검 차원에서, 그리고 미래를 위해 지혜를 모은다는 의미에서 책을 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지금이 선거 국면이다 보니까 대통령의 방역 노력을 폄훼하는 주장들이 나오고, 우리 정부의 방역을 실패로 규정하는 주장들이 범람하고 있다”면서 “방역의 토대라고 할 수 있는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고 보고 대통령이 난국을 헤쳐나온 기록을 내놓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국민을 약탈했다’고 정부를 비판하면서 대선 출마 선언을 한 것도 책 출간의 명분이 됐다고 그는 덧붙였다. 책 초반부에는 지난해 2월 신천지 사태로 인한 대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통령의 노력을 다룬 장이 나온다. 강 전 대변인은 이 장의 끝에 세 페이지 분량의 ‘PS.’(추신)를 붙여 윤 전 총장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간담회에서 “윤씨가 대구에 가서 ‘대구 봉쇄’라는 표현을 문제 삼아 ‘미친 소리’라고 비난했다. 또 ‘대구가 아닌 다른 지역이었다면 민란이 일어났을 것’이라고 말했다”면서 “굉장히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발언이어서 사실 관계를 밝혀야겠다고 생각했다. 윤씨에 대해 글을 쓰게 된 것도 그 발언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강 대변인은 코로나19 사태 초기인 지난해 2월 청와대에 들어가 지난 4월에 나왔다. 그는 청와대 대변인으로 14개월을 보내면서 정부와 대통령의 코로나 대응 과정을 누구보다 자세히 지켜봤다. 책은 마스크 대란, 신천지 사태, ‘중국 봉쇄’ 압박 등을 대통령이 어떻게 극복해왔는지 알려준다. 또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발탁 배경,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둘러싼 논란 등도 다룬다. 전국민 재난지원금에 반대했던 홍남기 경제부총리에 대한 대통령의 생각도 알게 한다. 문 대통령은 “경제부총리는 재정 당국 수장으로 가급적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려는 입장이었습니다. 나는 부총리로서 당연하다고 봅니다”라며 홍 부총리를 옹호했다.

백신 공급에서 실패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문 대통령이 내부 회의에서 수 차례 백신 물량 확보를 강조한 발언들을 제시하고, 모더나 CEO와 통화해서 1000만명분을 직접 확보한 과정을 들려주며 반박한다.

강 전 대변인은 “곁에서 본 문재인 대통령은 ‘전략가’였다”면서 몇 가지 사례를 들었다.

“처음에 대통령이 마스크 문제를 강조할 때는 이해를 잘 못했다. 사소한 문제를 너무 자주 말씀하시는 게 아니냐고 생각했다. 하지만 마스크 위기를 빨리 극복한 것이 이후 방역 성공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전략가적 면모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한다. 또 대통령은 방역 하나만 보지 않고 처음부터 민생·경제를 같이 보셨다. 대통령이 직접 비상경제회의를 만들어서 운영한 것도 처음 보는 일이었다. 이를 통해 주식시장 붕괴와 외환위기 가능성을 막아내고, 자영업자 부도를 막을 수 있었다.”

책에는 ‘국난 극복을 위한 대통령의 집념과 결단’이란 부제가 붙어있다. 백신 수급이 여전히 문제가 되고 거리두기 4단계가 장기간 유지되는 상황에서 정부의 방역을 성공적으로만 평가하는 게 문제라는 지적도 나올 수 있다. 이에 대해 강 전 대변인은 “어려움은 전 세계적인 것이고, 우리가 상대적으로 덜한 부분도 있다. 좌절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직시할 건 직시하고, 신뢰할 건 신뢰하면서 가야 한다”면서 “착시가 아니라 직시를 위한 팩트가 필요하다고 봐서 출판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