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생리는 호르몬 문제, 하혈은 백신과 연관성 없어”

입력 2021-09-01 11:37 수정 2021-09-01 13:17

최근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부정출혈(하혈) 등을 겪은 여성들의 후기가 잇따르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정확한 인과성을 규명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해외에서도 비슷한 증상이 보고돼 관련 연구가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도 실제 사례 보고가 계속 이어지는 만큼 이와 관련된 조사와 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3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여성 부정출혈을 코로나19 백신 부작용으로 신고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여성들이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생리 주기가 아닌데도 부정출혈이 발생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면서 “병원에 가면 피임약을 처방해주거나 타이레놀을 복용하라는 말만 들을 뿐 코로나19 부작용으로 인정받기는커녕 신고조차 받아주지 않아 답답한 현실”이라고 호소했다. 청원인은 연관성에 대한 사례 연구도 없고 신고조차 할 수 없다는 것은 의료계와 정부가 인류의 절반인 여성이 겪는 문제에 관심이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현재 전문가들은 코로나19와 부정출혈 및 생리불순 간 인과성을 명확히 규명하기는 힘들다고 보고 있다.

김동석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 회장은 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생리는 호르몬과 관련된 것인데 백신은 호르몬과 관계가 없다”며 “의학적으로 백신이 호르몬 체계를 바꿨다는 논문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호르몬의 균형을 깨는 여러 원인 중 하나가 스트레스인데 이때 부정기 출혈이 올 수 있다”며 “백신을 맞고 무엇인가 잘못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스트레스를 불러올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백신을 맞은 여성들이 비슷한 증상을 호소하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지만 뚜렷한 결론은 내려지지 않은 상태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유럽에서도 백신을 맞은 여성들이 생리불순 등의 증상을 호소하는 비슷한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면서 “유럽에서는 현재 관련 증상과 백신 간 인과성을 조사 중이고 아직 결론 난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마 부회장은 “유럽에서 백신 부작용으로 혈전 사례가 나왔을 때 처음에는 인과성이 없다고 했다가 나중에는 있다고 발표했다”면서 “이론적으로 백신은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것이기 때문에 호르몬 문제인 생리불순과의 고리는 없지만 현재로선 조사해서 밝혀내는 것만이 정답”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인과성 여부를 쉽게 단정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 회장은 “백신 접종 후 생리불순이나 하혈 등 같은 증상이 계속 반복된다면 원인을 모른다고 해서 인과성 여부를 단정할 순 없다”면서 “생리 날짜가 아닌데 하혈을 했고 그 양이 침대에 흠뻑 젖을 정도였다고 말하는 환자가 종종 있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다만 이런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가 지속해서 증가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외국에서도 많은 여성이 백신을 맞았지만 심각한 합병증이 나타난 사례는 없었고 하혈을 하더라도 부작용은 빈혈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나경연 기자 contes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