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많이 죽이지 못한 게 한”… 전자발찌 살인범, 영장 발부

입력 2021-08-31 18:20 수정 2021-08-31 20:31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끊기 전후로 여성 2명을 살해한 것으로 조사된 50대 성범죄 전과자 강 모씨가 31일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마친 후 법원을 빠져나가고 있다. 권현구 기자


‘전자발찌 훼손 살인 피의자’ 강모(56)씨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직후 “더 많이 죽이지 못한 게 한”이라고 말했다. 취재 기자의 마이크를 걷어차는 등 언론과 사회에 대한 불만도 쏟아냈다. 법원은 강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서울동부지법 심태규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31일 강씨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사유로 “도망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강씨는 지난 26일 서울 송파구 자신의 집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40대 여성을 살해한 뒤 이튿날 전자발찌를 끊고 달아났다가 29일 50대 여성을 차량에서 추가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오전 11시21분쯤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나온 강씨는 ‘피해자에게 할 말 없느냐’는 질문에 “더 많이 죽인지 못한 게 한이 된다”고 말했다. ‘반성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당연히 반성 안 하지. 사회가 X같은데”라고 답했다. 강씨는 영장실질심사에 들어가면서도 취재진을 향해 “보도나 똑바로 하라”며 심한 욕설을 퍼붓고 취재 장비를 걷어찼다.

사과나 반성의 태도를 전혀 보이지 않는 강씨에 대해 단순한 사이코패스를 넘어 소시오패스 성향까지 보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범죄심리학자인 김도우 경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죄의식이 결여된 사이코패스를 넘어 사회적 반감에 의해 만들어진 소시오패스 성향까지 보인다”면서 “이들에게는 처지 비관이나 사회적 압박 등이 도화선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경찰은 구속영장이 발부된 만큼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오는 2일 강씨에 대한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 개최를 검토 중이다. 강씨의 이름, 얼굴 등 신상 공개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서다. 또 프로파일러를 투입해 강씨에 대한 사이코패스 검사도 병행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피해자들의 시신에 대한 부검을 진행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강씨에게 살해 당한 피해 여성들의 사인이 ‘목 졸림에 의한 질식 사망’이라는 1차 구두 소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성폭행 여부를 추가로 확인하기 위해 국과수에 DNA 검사 등도 의뢰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