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테러 위협으로 예정 시한보다 하루 앞두고 예고 없이 철수를 강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얼마나 다급했던지 철수 과정에서 미국은 차마 적재하지 못한 항공기와 차량, 무기 등을 카불 공항에 버리고 떠난 것으로 파악됐다.
케네스 프랭크 맥켄지 미 중부사령관은 30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막판까지 쓰던 무기들을 폐기하고 카불을 떠났다”고 밝혔다.
미군은 철수하면서 기관총 자동방공요격체계(C-RAM)와 지뢰방호장갑차(MRAPS) 70대, 전술차량인 험비 27대, 군용기 73대를 카불 공항에 남겼다. 매켄지 사령관은 “이 장비들은 해체돼 그 누구도 다시 작동시킬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AP통신은 첨단무기들을 현장에서 폐기한 사례를 보면 안전 위협이 얼마나 심각했는지 드러난다고 해설했다. 로이터통신은 “미국은 소련과 영국이 각각 1989년과 1842년 아프간에서 겪은 참담한 철군의 악몽을 간신히 피했다”고 평가했다. 이미 탈레반은 올해 6월부터 카불 함락 직전이던 14일까지 블랙호크 등 수십개의 미군의 첨단장비를 노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군 수뇌부는 이날 철군 작전을 국방부 지하 작전본부에서 실시간으로 지켜봤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과 마크 밀리 합동참모본부장 등은 90분 동안 입을 굳게 다문 채 병사들이 수송기에 오르는 모습을 지켜봤다. AP통신은 “너무 조용해 핀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릴 지경”이었다며 “마지막 수송기가 이륙하자 수뇌부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고 전했다.
미군이 예정보다 하루 앞둔 이날 예고 없이 철수를 마친 이유는 공항 인근에서 테러의 구체적인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마지막까지 공항에 설치돼 있던 C-RAM은 이날에만 최소 2번의 테러 세력이 발사한 로켓포를 요격했다.
AP통신은 “IS-K(이슬람국가 호라산)는 요격된 로켓포 공격을 포함해 최소 5번 테러를 시도했다”면서 “미군은 테러위협에 대응하는 동시에 민간인들과 장비를 대피시켜야 했다”고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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