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참사’ 10년 만에 피해자·기업 간 조정 첫발

입력 2021-08-31 16:36
환경부가 31일 '가습기살균제 피해 조정위원회' 위원장으로 추천한 김이수 전 헌법재판관. 환경부 제공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발생한 지 10년 만에 피해자 단체들과 기업 간 조정 역할을 하는 위원회 구성이 확정됐다. 형법상 책임 소재를 가리는 것과 별개로 사적 영역에서 조정을 시도하려는 취지지만 정부가 너무 늦게 조정에 나섰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한정애 환경부 장관은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김이수 전 헌법재판관을 가습기살균제 피해 문제를 조정하는 위원회의 위원장으로 추천했다”며 “조정위원장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조정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세상에 처음 알려진 건 이명박정부 때인 2011년 8월 31일이다. 당시 정부는 원인 미상의 폐 질환 환자 18명에 대한 역학조사를 실시한 후 가습기살균제를 위험 요인으로 추정했다. 이후 10년간 가습기살균제 피해를 신청한 사람은 7513명으로 집계됐고 이 중 4120명이 피해 사실을 인정받았다. 사망자는 1000명이 넘고 치료비·간병비 등 구제급여 지급액은 1080억원에 이른다.

조정위원회 구성은 13개의 가습기살균제 피해단체들과 1250억원의 가습기살균제 피해분담금을 낸 18개 기업 중 6개 기업이 가습기살균제 피해에 대한 조정 의사를 정부에 공식적으로 전달하면서 이뤄진 것이다. 6개 기업은 롯데쇼핑, 옥시RB, 이마트, 애경산업, 홈플러스, SK케미칼이다.

한 장관은 “피해자 단체들과 기업은 가습기살균제 피해 문제를 조정을 통해 해결하고자 조정위원회 구성에 합의했고 조정위원장 추천을 환경부에 요청했다”며 “조정위원회는 형법상 책임 소재를 밝히는 것과 달리 사적 조정의 영역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필요하면 나머지 12개 기업을 접촉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김 위원장은 1982년 대전지방판사를 시작으로 2009년 서울남부지방법원, 2010년 특허법원, 2011년 사법연수원 법원장을 거쳐 2012년부터 2018년까지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역임했다. 환경부는 “김 위원장이 재판관 시절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에 귀 기울여 공권력 견제나 사회적 약자 보호를 위한 소수 의견을 지속적으로 내는 등 헌법 수호, 인권 보호 의지가 확고하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소개했다.

일부 피해자 단체는 환경부가 가습기살균체 참사 10년 만에 조정위를 구성한 것을 두고 ‘늑장 대응’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한 장관은 “왜 늦어졌느냐에 대해서는 여러 단위에서 고민이 있었지만 깊은 고민이 부족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가능하면 이른 시일 내에 조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세종=최재필 기자 jp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