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뚜기·삼양 ‘점자 컵라면’ 출시…물 붓는 선도 겉면에

입력 2021-08-31 16:28 수정 2021-08-31 16:33
삼양식품이 9월 출시 예정인 점자와 용기외부에 물 붓는 선이 표기된 '삼양라면'과 '불닭볶음면'. 삼양식품 제공.

삼양식품과 오뚜기가 시각장애인들이 편리하게 먹을 수 있도록 점자를 표기한 컵라면을 출시한다.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과 ‘삼양라면’ 용기 하단에 각각 ‘불닭’과 ‘삼양’이라는 점자를 표기하고 용기 외부에는 물 붓는 표시선을 새긴 제품을 내놓는다.

시각장애인 유튜버 ‘원샷한솔’이 제품에 적용된 점자 오탈자와 가독성, 용기 외부 물 붓는 선의 실효성 등을 확인하는 등 점자 컵라면 제작 전 과정에 참여했다고 삼양식품 측은 전했다.
오뚜기가 출시하는 점자를 표기한 '진라면'과 '컵누들 얼큰 쌀국수'. 오뚜기 제공.

오뚜기도 대표 제품인 ‘진라면’과 ‘컵누들 얼큰 쌀국수’를 점자 컵라면으로 출시한다. 오뚜기 역시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의 협조를 받아 컵라면 용기에 제품명과 물 붓는 선, 전자레인지 사용 가능 여부를 점자로 표기했다.

삼양식품의 점자 표기 프로젝트는 시각장애인용 제품 출시를 제안한 소비자 의견에서 시작됐다. 삼양식품은 “진작 해야 했었는데 늦은 감이 있어 송구하다”며 “좋은 취지인 만큼 많은 기업이 도입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삼양식품과 오뚜기는 모두 점진적으로 제품의 점자표기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실제 컵라면은 누구나, 언제 어디에서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음식으로 사랑받지만, 시각장애인에게는 그렇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점자 표기가 제대로 돼 있지 않으면 컵라면 종류를 고르는 것 부터가 난항이다. 특히나 통상 컵라면 내부에 살짝 옴폭하게 표기된 물 붓는 선을 맞추기는 더욱 어렵다. 뜨거운 물을 부어야 하는 컵라면의 특성상 내부 표시선을 손으로 만져가며 물의 양을 맞추는 것은 화상 등의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유튜버 ‘원샷한솔’에 따르면 그나마 과거엔 진하게 새겨져 있던 표시선이 최근엔 더 연하게 그어져 불편함이 커졌다고 한다. 최근 많이 출시된 비빔 종류의 컵라면은 뚜껑에 구멍을 뚫어 물을 버린 후 소스를 넣어 비벼 야 하는 터라 더욱 어려움이 크다. 원샷한솔은 유튜브 영상에서 “뚜껑에 구멍을 감으로 아무 데나 뚫어서 잘 안 뚫릴 때가 많다, 뜨거운 물을 부어서 버려야 하는데 면이 함께 떨어질 때도 있다”고 전했다.

국회에서도 관련 법 개정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은 지난달 30일 식품·화장품 용기 및 포장에 음성·수어 영상변환용 코드를 표시하도록 의무화하는 ‘식품 등의 표시 광고에 관한 법률일부개정법률안’과 ‘화장품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도 지난 27일 ‘식품 정보 점자표시법’을 대표 발의했다. 강 의원은 “일부 주류회사는 점자를 제공하고 있으나 상세 제품명이 아닌 ‘음료’ ‘탄산’ ‘맥주’ 등과 같이 기본적인 종류를 구분하는 데 그치고 있다”면서 “장애인 소비자의 최소한의 알 권리마저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다. 장애인 소비자가 삶의 필수적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제경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