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년 반 만에 영변 원자로를 재가동한 정황이 포착됐음에도 한·미 양국은 대북 인도적 지원 의사를 재확인하며 대화 재개를 촉구했다. 북한의 동향을 미리 파악한 한·미가 이미 ‘영변 변수’까지 고려해 인도적 지원을 앞세워 북한으로 공을 넘긴 것으로 풀이된다.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는 30일(현지시간) 미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노규덕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협의한 뒤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북한) 현지 상황에 대한 관점은 물론 인도적 지원 가능성을 포함해 관여를 위한 여러 아이디어와 구상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외교를 통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구한다는 공동 약속을 재확인했다”며 “북한으로부터 회신이 있기를 고대한다”고 덧붙였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북핵 보고서와 관련해선 노 본부장이 “정부는 긴밀한 한·미 공조 하에 북한의 WMD(대량살상무기) 관련 활동을 지속 예의주시해 왔다”고만 언급했다.
김 대표와 노 본부장은 일주일 전 한국에서 회동했을 때도 감염병 방역, 식수 등 구체적인 지원 항목을 거론하고, 이를 국제기구와 비정부기구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외교소식통은 31일 “한·미 정보당국이 북한 동향을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있고, 김 대표가 방한했을 때도 마찬가지로 논의됐을 것”이라며 “영변 원자로 재가동은 인도적 지원 메시지에 이미 반영된 얘기”라고 평가했다. 이 때문에 영변 원자로 재가동이 현재로선 큰 변수가 되진 않을 것으로 봤다.
북·미 협상 재개 시 ‘영변 카드’가 유효할지에 대해서도 회의적 전망이 나온다. 다른 외교소식통은 “김 대표는 영변 원자로 냉각탑 폭파 현장에 갔던 장본인”이라며 “미국은 영변으로 협상하려는 것에 부정적 입장이 강하다”고 말했다. 북한은 2008년 6월 영변 원자로 냉각탑을 폭파하고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영변 영구 폐지를 거론하는 등 이미 수차례 영변 카드를 활용했다.
청와대는 북핵 문제 해결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북한의 핵 능력이 고도화되는 상황은 대북관여가 시급하다는 방증이고, 백악관이나 미 국무부도 유사한 입장을 표했다”며 “한·미는 북한과의 대화를 적극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