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촉법소년(만 10세 이상~14세 미만의 형사 미성년자) 범죄가 갈수록 흉악해지면서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인천에서 한 10대 여학생이 또래 남학생으로부터 유사강간을 당하고 영상까지 유포됐지만 가해 학생이 ‘촉법소년’이라 형사처벌 대신 보호처분을 받았다는 사연이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오면서 국민적 공분을 샀다.
국민의힘 대권주자들은 31일 “촉법소년에 우는 피해자를 더이상 방치할 수 없다”며 촉법소년 기준 연령을 낮추겠다는 공약을 앞다투어 발표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소년법을 폐지하고,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12세로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유 전 의원은 “(한 어머니는) 딸이 성폭행을 당했으나, 가해자는 촉법소년이라는 이유로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훔친 렌터카로 행인을 치어 숨지게 한 중학생들이 촉법소년이라는 이유로 형사처벌을 피해 국민의 공분을 산 적도 있었다. 아파트 옥상에서 던진 벽돌에 맞아 무고한 가정주부가 사망했으나 가해자들의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형사처벌을 받지 않은 사건도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심지어 형사미성년자임을 악용하는 범죄마저 발생하고 있다. 무엇보다 ‘우리 아이는 촉법소년이니 처벌받지 않는다. 알아서 하라’라는 뻔뻔스러움 앞에 피해자가 피눈물을 흘리는 일도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유 전 의원은 “범죄 피해의 고통은 가해자의 나이가 어리다고 가벼워지지 않는다. 촉법소년의 성폭행이나 성인의 성폭행, 모두 똑같은 흉악범죄다. 피해자에게 죽음과 같은 고통을 평생 남기는 것은 마찬가지”라며 “하지만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촉법소년 가해자는 처벌에서 벗어나고 있다. 가해자에 따라 피해자가 달리 취급받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70여년 전에 만든 낡은 규정으로는 더이상 이러한 불공정과 범죄를 막을 수 없다”며 “이제는 바른 교육과 공정한 형사법 적용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사과를 간청하는 부조리는 사라져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유 전 의원은 또 소년보호사건의 대상 연령을 8세 이상 12세 미만으로 정하고, 회복적 사법 절차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내용의 보호소년법을 제정하겠다고 공약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더 파격적인 공약을 내세웠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만 14세 미만은 형사처벌을 받지 않도록 하는 형법 제9조 규정의 예외를 두고, 만 10세 이상은 형사처벌할 수 있도록 형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최 전 원장은 “청소년 범죄가 날로 지능화되고 있으며, 성인범죄와 비교하더라도 죄질이 가볍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소년법상 보호 대상 연령 및 촉법소년의 연령을 전체적으로 하향 조정하고, 심각한 중범죄나 반사회적 범죄에 대해서는 소년부 송치를 제한하는 방안을 신중하게 검토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소년은 사회안전망이 필요한 대상이기도 하지만, 날로 증가하는 소년범죄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할 제도의 마련도 필요하다”며 “촉법소년 제도를 방패 삼을 수 없을 때 소년범죄의 예방 효과도 커진다”고 덧붙였다.
한편 현행 형법과 소년법에 따르면 만 14세 미만은 범죄를 저질러도 처벌을 받지 않는다. 만 10∼14세 형사 미성년자는 보호처분으로 처벌을 대신하며, 만 10세 미만은 보호처분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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