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30년 만인데 고향을 못 가게 생겼네.”
경로·장애인의 추석 열차 승차권 예매가 시작된 31일 최모(70·여) 할머니는 서울역 매표소에 붙은 안내문 앞에서 발을 동동 굴렀습니다. 오늘부터 추석 열차 승차권 구매가 가능하다는 뉴스를 보고 역으로 왔지만, 현장 발매도 안 되고 인터넷 구매도 까마득했기 때문입니다.
최 할머니는 역무원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안내문에 기재된 번호로 전화를 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수화기에서는 통화량이 많아 기다려달라는 안내만 반복될 뿐이었습니다.
“자꾸 온라인인가로 하라고 그러고...그걸 알면 이렇게 왔겠어요? 못 하겠으니까 왔죠.”
안내 데스크에 가도 똑같은 전화번호가 적힌 쪽지 한 장이 전부였습니다. 한 시간이 넘도록 서울역 맞이방을 배회하며 휴대전화를 들고 있던 최 할머니는 수십 통의 전화 끝에 익산으로 가는 승차권을 예매했습니다.
올해 추석 열차 승차권은 31일부터 9월 2일까지 사흘간 온라인과 전화 등 100% 비대면 방식으로 사전 판매됩니다. 예매 대상은 9월 17일부터 22일까지 6일 동안 운행하는 KTX, ITX-새마을, 무궁화호 열차 등입니다. 비회원은 철도회원으로 가입하거나, 인터넷 사용이 익숙하지 않으면 전화접수(1544-8545) 방식으로 예매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날 서울역에서는 최 할머니처럼 승차권 예매에 어려움을 겪는 어르신들의 모습이 많이 보였습니다.
“우리는 이거 들으면 금방 까먹어요. 방금 한 말도 기억이 잘 안 나요.”
예매를 마친 최 할머니는 “결제는 2일 오후 3시 이후, 2일 오후 3시 이후”를 되뇌며 서울역을 나섰습니다. 코로나19로 사라진 현장 예매가 씁쓸한 풍경을 만들어냈습니다. 다음 명절에는 경로·장애인을 위해서만이라도 창구를 운영하는 등 조금 더 세심한 대처로 원활한 승차권 예매가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이한결 기자 alwayss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