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못 가게 생겼네” 최 할머니의 험난한 추석 열차 예매기

입력 2021-08-31 13:35 수정 2021-08-31 14:41
31일 최모(70·여)씨가 서울역 매표소 앞에 붙은 안내문을 읽고 있다. 최씨는 고향인 익산의 병원 예약이 추석 연휴 기간에 잡혀 꼭 가야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이고...30년 만인데 고향을 못 가게 생겼네.”
경로·장애인의 추석 열차 승차권 예매가 시작된 31일 최모(70·여) 할머니는 서울역 매표소에 붙은 안내문 앞에서 발을 동동 굴렀습니다. 오늘부터 추석 열차 승차권 구매가 가능하다는 뉴스를 보고 역으로 왔지만, 현장 발매도 안 되고 인터넷 구매도 까마득했기 때문입니다.
31일 서울역 매표소 앞의 안내문에 "현장발매 없음"이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31일 최모(70·여)씨가 서울역 매표소 앞에서 역무원의 안내를 받고 있다.

최 할머니는 역무원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안내문에 기재된 번호로 전화를 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수화기에서는 통화량이 많아 기다려달라는 안내만 반복될 뿐이었습니다.
31일 최모(70·여)씨가 서울역 매표소 앞에 붙은 안내문을 읽으며 고객센터로 통화하고 있다.

31일 최모(70·여)씨가 서울역 매표소 앞에 붙은 안내문을 읽으며 고객센터로 통화하고 있다.

“자꾸 온라인인가로 하라고 그러고...그걸 알면 이렇게 왔겠어요? 못 하겠으니까 왔죠.”
안내 데스크에 가도 똑같은 전화번호가 적힌 쪽지 한 장이 전부였습니다. 한 시간이 넘도록 서울역 맞이방을 배회하며 휴대전화를 들고 있던 최 할머니는 수십 통의 전화 끝에 익산으로 가는 승차권을 예매했습니다.
31일 한 어르신이 역무원의 안내를 받아 모바일 홈페이지에 접속하고 있다.

31일 한 어르신이 역무원의 안내를 받아 모바일 홈페이지에 접속하고 있다.

올해 추석 열차 승차권은 31일부터 9월 2일까지 사흘간 온라인과 전화 등 100% 비대면 방식으로 사전 판매됩니다. 예매 대상은 9월 17일부터 22일까지 6일 동안 운행하는 KTX, ITX-새마을, 무궁화호 열차 등입니다. 비회원은 철도회원으로 가입하거나, 인터넷 사용이 익숙하지 않으면 전화접수(1544-8545) 방식으로 예매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날 서울역에서는 최 할머니처럼 승차권 예매에 어려움을 겪는 어르신들의 모습이 많이 보였습니다.
31일 서울역 매표소 전광판에 안내문이 송출되고 있다.

“우리는 이거 들으면 금방 까먹어요. 방금 한 말도 기억이 잘 안 나요.”
예매를 마친 최 할머니는 “결제는 2일 오후 3시 이후, 2일 오후 3시 이후”를 되뇌며 서울역을 나섰습니다. 코로나19로 사라진 현장 예매가 씁쓸한 풍경을 만들어냈습니다. 다음 명절에는 경로·장애인을 위해서만이라도 창구를 운영하는 등 조금 더 세심한 대처로 원활한 승차권 예매가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전화접수는 1천명 선착순"

이한결 기자 alwayss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