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어등산 공영개발 되나…16년째 공회전 반복

입력 2021-08-31 12:12 수정 2021-08-31 17:55

광주 어등산 관광단지 조성사업이 16년째 공회전만 거듭하고 있다. 2005년 계획수립 후 제자리를 맴도는 가운데 시 도시공사 주도의 공영개발 방식이 유력한 ‘해법’으로 떠올랐다.

31일 광주도시공사에 따르면 그동안 협약이행 보증금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해온 이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 서진건설에 최근 협상 결렬을 통보했다.

도시공사는 청문 절차와 함께 관계 법령 등을 검토한 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취소 등 지위박탈을 위한 법적 요건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도시공사는 군 포 사격장으로 황폐화한 어등산 일원 41만7500㎡에 호텔과 상가, 골프장, 휴양시설 등을 갖추기 위해 2019년 8월 서진건설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하지만 ‘담보금’ 성격의 협약이행 보증금 산출기준인 총사업비의 해석을 놓고 법정소송 등 2년여간의 끈질긴 갈등을 겪었다.

도시공사는 총사업비 4826억 원의 10% 480억 원을 보증금으로 요구한 데 비해 서진건설은 기반조성 사업비 193억 원의 10% 수준인 20억 원이면 충분하다고 맞서고 있다.

공모 지침에 따른 총사업비는 민간투자법을 준용하기 때문에 호텔과 상가 등 부대시설은 총사업비에서 제외해야 마땅하다는 주장이다.

서진건설은 “이미 한차례 우선협상 지위를 박탈당했다가 소송을 통해 회복한 바 있다”며 “도시공사는 3단계 분할납부 제안도 기어코 거절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도시공사는 서진건설의 2차 법정소송에 대비하면서 우선협상자 재공모 여부 등을 논의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도시공사가 도로 등 기반시설을 전담하고 컨소시엄 형태의 민간 법인을 별도 설립해 호텔 신축 등을 맡는 공영개발 방식의 도입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도시공사는 “상가 등을 2만5000㎡로 묶어두다 보니 자본력을 가진 대기업들이 군침을 흘렸다가도 돌아서고 있지만, 공모기준을 바꾸지 않고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도시공사는 부산도시공사가 주도해 아쿠아월드와 테마파크 등에 1조1649억 원의 민간자본을 이미 유치한 부산 오시리아 관광단지 조성사업을 벤치마킹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어등산 관광단지 조성사업은 당초 민선 3기 닻을 올렸다. 하지만 지난 2006년 사업자로 처음 선정된 삼능건설이 해외투자 실패에 따른 워크아웃 판정 등 재정난에 빠져 사업을 포기했다.

이어 금강기업(2009년), 모아건설(2010년), 호반건설(2018년) 등이 잇따라 바통을 물려받았다가 역시 부도와 법정관리, 사업권 반납 등으로 무산됐다. 여기에 국내 대기업, 해외 투자자 등 사업투자 논의사례를 더하면 이 사업은 10여 차례나 좌절되는 진통을 겪었다.

현재는 ㈜어등산리조트가 운영하는 27홀 골프장만 덩그러니 운영되고 있다.

도시공사 관계자는 “20년 가까이 헛바퀴를 도는 어등산 개발의 합리적 해법을 찾을 것”이라며 “사업을 쪼개 민간자본을 유치하는 공영개발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