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최초로 600조 넘은 내년 예산…마지막 돈잔치?

입력 2021-08-31 11:30


내년 예산이 사상최초로 600조원을 넘어선다. 현 정부 내내 계속된 확장적 재정정책 영향으로 국가채무 역시 처음으로 1000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정부는 ‘돈풀기’를 올해 마무리하고 내년부터 허리띠를 졸라맨다고 공언했지만 차기 정부 임기 첫 해인 내년에 축소 재정 가능성은 낮다는 지적이다.

현 정부 4년만에 400조→600조 예산
정부는 31일 국무회의를 열고 2022년 예산을 올해 본예산(558조원)보다 8.3% 늘린 604조4000억원으로 편성했다고 밝혔다.
문재인정부 첫해 짠 2018년 예산이 428조8000억원이었고, 이 규모는 4년만에 200조원 가까이 증가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예산이 200조원을 돌파한 게 2005년이고, 200조에서 400조되는데 12년 걸렸다”면서 “현 정부들어 400조에서 600조가 돌파하는 데는 겨우 4년이 걸린 셈”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내년에도 확장적 재정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주 원인은 종식되지 않는 코로나19사태 때문이다.
안도걸 기획재정부 제2차관은 “코로나 위기를 완전히 종식시켜 확고하게 경기를 회복시키고 신 양극화에 대응하면서 선도국가로 도약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려다 보니 불가피하게 확장적 재정운용을 유지하는 정책적 선택을 했다”고 말했다.

일자리·청년·한국형뉴딜 3개 분야에 100조원 가까이 투입
정부의 내년 예산 분야로는 ‘일자리’와 ‘청년’ ‘한국판 뉴딜’이 꼽힌다. 최고의 복지로 꼽히는 일자리의 경우 31조3000억원을 편성했다. 또 재보궐선거 참패의 원인으로 꼽히는 청년층을 위한 예산으로 23조5000억원, 한국판 뉴딜을 위해선 33조7000억원을 각각 배정했다.
정부는 일자리 예산의을 통해 공공일자리 105만개, 민간일자리 106만개를 만들겠다는 목표치를 제시했다. 공공일자리 경우 노인일자리가 중심이다. 민간일자리는 지난해까지 실시한 청년내일채움공제, 고용촉진장려금 등, 국민취업지원제도 등을 보다 늘리는 방향으로 구성했다. 신규 사업으로는 중소기업이 취약청년 채용 시 연간 최대 960만원 지원하는 ‘청년일자리도약장려금’을 편성해 모두 14만명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청년 예산은 올해보다 3조3000억원이나 늘어났다. 기존 청년 일자리 사업 확대뿐 아니라 청년 자산 형성에 방점을 찍었다. 정부는 연소득 구간에 따라 청년내일 저축계좌, 청년희망적금, 청년형 소득공제 장기펀드 등 3가지 형태의 자산형성 패키지 지원키로 했다. 2~3년간 청년들이 최소 720만원 이상 돈을 모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 군에서 제대할 때 최대 1000만원 수령하는 ‘사회복귀준비금’도 신설했다. 본인이 최대 750만원 넣고 정부가 250만원 보조해주는 방식이다. 청년월세 한시 특별지원책은 월 20만원씩 12개월 동안 월세를 무이자로 대출해준다.
한국판 뉴딜은 2021~2022년 2년 간 투자한 32조5000억원보다도 1조원 이상 많은 규모를 내년 한 해에 지원키로 했다. 그린 뉴딜 예산 증가폭이 컸다.

상병수당 신설하고 백신 9000만회분 구입하고
정부는 양극화 경감을 위해 내년에 처음 ‘상병수당 시범사업’을 실시한다. 110억원을 들여 질병 부상 등으로 경제활동 힘들 경우 일정 비용 지원할 계획이다. 전국민의 5% 정도인 263만명이 대상이다. 저소득 지역가입자 대상 연금보험료 지원도 실시한다. 265억원 들여 총 22만명에게 건보 등 연금보험 50% 지원할 방침이다.
내년에는 백신이나 방역 등 감염병 대응체계 예산을 확충한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백신 9000만회분 구입(부스터샷용) 등 방역예산에 5조8000억원을 배정했다. 올해 관련 예산은 8000억원이었다. 다만 열악한 환경에 파업까지 고려하는 의료진을 위해 신규 편성한 예산은 없다.
한부모 가족에 소득공제 30%를 신규도입하고 아동수당은 8세 미만까지 확대한다. 0~1세에 월 30만원의 영아수당을 신설하고 아이가 태어나면 200만원을 일시금으로 지급한다.

나라빚 1000조원 시대, 내년 긴축재정 가능할까
수입보다 지출이 많으면 빚이 늘어나는 것은 가계 뿐 아니라 정부살림도 마찬가지다. 총지출이 총수입보다 많은 적자재정은 2020년도 예산부터 3년째 이어지고 있다. 그 결과 내년 국가채무는 1068조3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50.2%다. 국가채무가 1000조원을 넘어선 것도, GDP 대비 50%를 넘어선 것도 처음이다.
정부는 내년부터 허리띠를 졸라매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2021~2015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는 연평균 재정지출 증가율을 5.5%로 제시했다. 2023년 예산부터 예산 증가율을 전년대비 4~5%대의 현재보다 절반 정도 축소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정부 구상대로 될 지는 미지수다. 내년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각종 공약 이행을 위한 예산 편성이 불가피하다. 저출산 고령화 영향으로 복지분야 의무지출이 갈수록 증가하는 것도 부담이다. 국가채무와 재정수지가 현재보다 나아진다는 보장이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재정건전성 확보라는 ‘립서비스’를 한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