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훼손하고 2명의 여성을 살해한 강모(56)씨가 4년 전 교정 홍보물에 참회의 뜻을 담은 글을 기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선일보는 2017년 전국 교정기관에 배포되는 교정 홍보물 ‘새길’ 여름호에 실린 ‘용서를 구할 수 없어 용서를 구합니다’라는 제목의 기고문이 강씨가 쓴 것이라며 기고문이 담긴 사진을 31일 공개했다. 공개된 사진 속 기고문은 “어느덧 죗값을 치른 지 12년이 다 돼 간다”는 문장으로 시작된다.
“다시는 죄를 짓지 말자는 다짐을 하루에도 수없이 할 만큼 고통스럽게 살아가고 있다”고 한 강씨는 “죄책감을 눈곱만큼이라도 씻어내고자 8년 전부터 검찰청 내 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 회부금(죄를 뉘우치는 마음으로 내는 기부금)을 내왔다”고 썼다.
그는 이어 “피해자의 피해 복구를 위한 노력은 가해자로서 너무나 당연한 책무”라며 죄를 크게 참회하는 듯한 내용이 담겼다. 보도에 따르면 해당 기고는 자발적인 것이다. 강씨는 그로부터 4년 뒤인 지난 5월 출소했고 이후 3개월여 만에 전자발찌를 훼손하고 여성 2명을 살해했다.
이에 대해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본인에게 유리한 정황을 만들어줄 것을 기대하고 기고문을 썼을 텐데 실제로는 전혀 반성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재판 기록을 살펴보면 강씨는 쉽게 말해 사이코패스의 사촌 정도 되는 ‘경계성 인격장애’를 앓은 것으로 나오는데 타인의 아픔에 대한 공감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고 매체에 말했다.
강씨는 지난 29일 오전 8시쯤 서울 송파경찰서에 자수하며 여성 2명을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전과 14범인 강씨는 특수강제추행 혐의로 징역 15년을 복역한 후 지난해 10월부터 보호감호 재집행을 받던 중 올해 5월 6일 출소했다. 강씨는 전자발찌를 착용한 채 생활하다가 지난 27일 오후 5시31분 서울 송파구 신정동 거리에서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했다.
전자발찌는 지하철 8호선 몽촌토성역 인근에 버리고 서울역까지 이동해 렌터카를 버려둔 채 잠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씨는 첫 번째 살해 범행은 전자발찌를 끊기 전인 26일 오후 9시30분~10시 사이 이뤄졌다. 두 번째 살해 범행은 도주 후인 29일 오전 3시쯤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시신은 각각 강씨의 집과 차량에서 발견됐다.
피해 여성 2명은 각각 40대와 50대로 모두 강씨와 알고 지내던 사이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범행 동기가 성범죄는 아닌 것으로 보고 있으며 강씨가 금전적 관계라고 진술해 이 부분의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다.
서울경찰청은 30일 오후 4시15분쯤 강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검찰은 같은 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서울동부지법 심태규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31일 오전 10시30분 살인 및 전자장치부착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받는 강씨에 대한 구속전 피의자심문을 진행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한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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