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강씨 도주 당일 체포영장 신청 방문에 檢 “다음 날 오라”

입력 2021-08-30 21:26 수정 2021-08-30 22:09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훼손 전후 여성 2명을 살인한 강모씨의 모습이 잡힌 CCTV 화면. 연합뉴스

전자발찌 훼손 살인 피의자 강모(56)씨가 도주한 당일 법무부 직원이 체포영장 신청을 위해 밤 늦게 검찰을 찾았지만 “다음 날 오라”는 안내를 받고 돌아간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긴급성을 몰랐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와 검찰의 미숙한 소통 탓에 영장 청구가 지연돼 추가 범행을 막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30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법무부 산하 동부보호관찰소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강씨의 전자발찌가 훼손된 27일 당일 오후 11시50분쯤 서울동부지검 당직실을 찾아 체포영장을 신청하려 했다. 하지만 당직 수사관으로부터 “다음날 오라”는 안내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사후영장 필요성이나 사안의 긴급성이 인정될 경우 심야 체포영장 청구도 이뤄질 수 있지만 그대로 돌려보낸 것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전자발찌 훼손 도주자 체포영장을 처음 만들어 본 동부보호관찰소 입장에서는 최선을 다해 작성해 빨리 영장청구 요청을 했다가 돌아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부보호관찰소가 전자발찌 훼손 혐의로 체포영장 청구 신청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 결과 특사경은 강씨 도주 15시간30분 후인 28일 오전 9시쯤에야 강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동부지검에 신청했다. 서울동부지법에는 같은 날 오후 2시쯤 영장이 접수됐다. 이와 관련 동부지검 관계자는 “특사경이 체포영장 신청을 접수하러 왔는데 ‘급한 영장이 아니면 다음 날 오전에 청구 여부가 결정된다’고 안내했다”며 “‘신청서를 두고 가거나 다음 날 오전 다시 접수하라’고 안내하자 해당 특사경 직원이 다음 날 오전 다시 방문해 접수했고, 당직 검사가 법과 절차에 따라 영장을 청구했다”고 해명했다.

보호관찰소 직원이 가져온 강씨 체포영장 신청서에는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한 강씨에 대한 재범 우려 등이 상세히 기재돼 있었으나 해당 직원은 이런 설명 없이 영장 청구를 해야 한다는 입장만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상황의 긴급성을 인지할 수 없었다는 게 검찰 입장이다. 검찰은 해당 서류를 검토조차 하지 못했다.

그간 경찰과 법무부는 모두 영장이 없어 강씨 도주 이후 그의 집 내부를 수색할 수 없었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도주 이후 행방이 묘연한 사이 강씨는 지난 29일 오전 3시쯤 두 번째 범행을 저질렀다. 그는 경찰조사에서 송파구의 한 주차장에 있는 피해 여성 A씨의 차량 안에서 두 번째 살인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주 후 렌터카와 버스, 지하철 등을 갈아타면서 추적을 따돌린 강씨는 이후 A씨를 만나 그의 차량을 타고 서울과 경기도 지역을 이동하다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6월 전자감독대상자가 전자장치를 훼손하거나 외출 제한 등 준수 사항을 위반하면 법무부 산하 보호관찰소 공무원이 직접 수사하는 전자감독 특사경을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전자발찌 훼손자 체포영장 신청 및 검거 협조는 보호관찰소 특사경 소관이 됐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