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처음 만난 사람과 술을 마시다 화가 난다는 이유로 무참히 살해한 30대 노숙자에게 검찰이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제주지법 형사2부(부장판사 장찬수) 심리로 30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A씨(32)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또 3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과 보호 관찰 등을 요구했다.
검찰은 “정신감정 결과 피고인이 여러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것이 확인된다”면서도 “피고인이 범행 당시의 상황을 명확히 기억해 진술하는 점에 비춰보면 사건 당시 심신미약인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은 자신의 처지에 대한 비관과 사회에 대한 불만을 우연히 처음 만난 피해자에게 모두 전가하며 잔혹한 수법으로 피해자를 살해했다”며 “이후 반성과 후회가 없으며, 평소 심리상태 등을 볼 때 재범의 위험성이 매우 높다”고 강조했다.
A씨는 지난 3월 40대 B씨의 집에서 함께 술을 마시다 말다툼 끝에 술병으로 B씨의 머리를 여러 차례 가격해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A씨는 3월 2일 오후 서귀포시 자구리 공원에서 B씨와 처음 만난 것으로 드러났다. 두 사람은 함께 일용직 노동자로 일하기로 약속하고 다음 날 B씨의 집에서 함께 술을 마셨다. 하지만 금전적인 문제로 말다툼이 벌어지자 갑자기 화가 난 A씨가 B씨를 수차례 폭행해 숨지게 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B씨가 자신을 조롱하고 괴롭히려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B씨를 살해하기로 마음먹은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최후진술을 통해 “범행을 인정하고 제 잘못을 인정한다. 유족들에게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A씨측 변호인도 “피고인은 자신의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참회하고 있다”며 “피고인이 불우한 성장 과정에서 비롯한 심각한 정신 장애를 앓고 있는 점과 범행 당시에도 심신미약 상태였던 것을 참작해 달라”고 요청했다. A씨는 2015년부터 노숙인 쉼터 등 보호시설을 전전했으며 정신병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에 대한 선고는 다음달 30일 이뤄질 예정이다.
노혜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