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기업, 기관 등에서 스타트업을 육성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운영하고 있으나, 창업가에게 조언하는 역할을 하는 ‘멘토단’ 구성원들의 성비가 편중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스타트업들의 새로운 창업 아이템을 적절하게 평가하고 다양한 가능성을 발굴하기 위해 평가지표의 다양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신한금융그룹이 스타트업 스케일업을 지원하기 위해 운영하는 프로그램 ‘신한퓨처스랩’ 홈페이지에 따르면 신한퓨처스랩 멘토단 33명 중 남성은 32명인 반면 여성은 1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원하는 국내 창업 멘토링 전문 교육기관인 K-ICT창업멘토링센터 홈페이지에 게시된 CEO멘토단 29명 중에서도 남성은 27명이나 여성은 2명에 불과했다.
SK텔레콤이 운영하는 스타트업 협력 프로그램 중 하나인 ‘트루 이노베이션’ 홈페이지에 소개된 멘토단 29명 중에서도 남성은 25명인 반면 여성은 4명에 불과했다. 멘토단 7명 가운데 1명만이 여성인 셈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해당 멘토단은 스타트업 창업자들에게 조언이나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는 역할로 각 분야별로 대표성을 띤 인사들이 재능기부 형태로 참여하고 있으며, 멘토단을 구성할 때 성별 등 특정 기준이 있었던 것은 아니”라면서 “향후 멘토단에도 여성 경제인의 참여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에서 운영하는 창업 지원 프로그램에서도 멘토단 성별 편중 현상이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019년 여성가족부의 용역연구 의뢰를 받아 수행한 ‘청년 창업 지원 사업 특정성별영향평가’ 연구에 따르면,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진행하는 청년창업 멘토링 프로그램의 경우 “전담교수 및 멘토단의 성별 비율에 있어서도 대부분 남성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성별 특성이나 성별 차이에 의한 정책 수요를 반영하기 어렵다”면서 “여성 전문가 확충 및 심사 평가위원 여성할당제 도입”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으로는 우선 실제로 스타트업 생태계에 여성 창업자가 적다는 점이 들어진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국내 여성 법인 창업 비율은 26.8%였다. 뉴미디어 플랫폼 미디어레시피가 발간한 ‘스타트업레시피 투자리포트 2020’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여성 기업 투자 건수는 6.6%에 불과했다.
이승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청년창업 실태를 조사한 결과, 실제로 멘토단이나 심사위원 중 여성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실제로 스타트업을 운영했거나 창업 경험이 있는 여성이 적고, 또 스타트업의 경우 이공계 전공자가 기술을 바탕으로 창업하는 경우가 많은데 여성은 상대적으로 인문·사회계 전공자가 많아 멘토단 풀에 여성이 포함되는 경우가 적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창업 지원 및 투자 분야에서 심사위원 및 평가지표의 다양성을 확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셜벤처 인큐베이팅 투자사 에스오피오오엔지가 2018년 발간한 ‘젠더 안경을 쓰고 본 기울어진 투자 운동장’ 보고서는 “전세계적으로 여성 창업가가 투자 유치과정에서 여성 투자자나 여성 금융전문가를 만날 가능성이 매우 낮다”면서 “창업가는 사업이 지속가능성뿐 아니라 자신이 구현하고자 하는 가치의 젠더평등성도 함께 고려해야 하며, 액셀러레이팅 과정에서의 젠더평등 및 젠더 관점의 가치사슬을 고려하게 만드는 부단한 조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부연구위원은 “평가자 성별에 따라 평가하는 기준이나 사업성을 보는 관점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독창적인 창업 아이템들이 적절히 평가 받고 가능성을 시험해보려면 심사위원이나 평가지표를 다양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또 한편으로는 핵심 기술을 기반으로 여성들이 더 많이 창업할 수 있도록 이공계 여성 인력을 양성하고 산업별·직종별 여성 인력을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