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8억 부당 이득’ 문은상 전 신라젠 대표, 징역 5년 벌금 350억

입력 2021-08-30 18:12
문은상 전 신라젠 대표가 지난해 5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 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페이퍼컴퍼니(서류로만 존재하는 회사)를 활용해 이른바 ‘자금 돌리기’ 방식으로 1918억원의 부당이득을 얻은 혐의로 문은상 전 신라젠 대표가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4부(부장판사 김동현)는 30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혐의로 기소된 문 전 대표에게 징역 5년과 벌금 350억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신라젠과 시장에 심각한 혼란을 야기한 (자금 돌리기) 부정거래를 엄벌할 필요가 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문 전 대표는 지난 4월 보석으로 석방됐다가 선고 이후 재수감됐다.

앞서 검찰은 문 전 대표가 페이퍼컴퍼니 ‘크레스트파트너’를 통해 DB금융투자에서 350억원을 빌려 신라젠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인수한 후 신라젠에 들어온 돈을 다시 페이퍼컴퍼니에 빌려주는 자금 돌리기 방식으로 1918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했다고 보고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BW는 미리 정해진 가격으로 발행회사의 주식을 사들일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사채를 뜻한다. 상대적으로 값싼 가격에 주식을 인수해 되팔며 이득을 취했지만 재판부는 BW를 인수할 때 문 전 대표가 실질적으로 대금을 납부하지 않아 사기적 부정거래를 했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문 전 대표가 자격이 없는 지인 5명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한 뒤 약 38억원을 돌려받은 혐의도 유죄로 봤다. 재판부는 “신주인수권 행사로 얻은 주식을 처분해 막대한 이득을 취했음에도 회사 발전을 위해 기여한 사람에게 지급돼야 할 스톡옵션까지 개인 이익 추구를 위해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문 전 대표와 함께 재판에 넘겨진 곽병학 전 신라젠 감사에게는 이날 징역 3년에 벌금 175억원이 선고됐다. 공범인 조모씨도 징역 2년 6개월에 벌금 175억원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이용한 전 대표에게는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다. 신라젠 창업주이자 특허대금 관련사 대표인 황태호씨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