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산하 보호관찰소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이 전자발찌를 끊은 후 여성을 살해한 강모(56)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뒤늦게 신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법무부와 경찰은 강씨 도주 후 그의 집을 수차례 찾고도 추가 살인을 막지 못한 것에 대해 서로 책임을 미루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30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보호관찰소 특사경은 강씨 도주 후 15시간30분 후인 지난 28일 오전 9시쯤 강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신청했다. 서울동부지법은 같은 날 오후 2시쯤 영장을 접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보호관찰소 특사경의 체포영장 신청이 지연돼 강씨 체포 및 자택 수색도 늦어진 것으로 볼 수 있는 지점이다. 지난 27일 오후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한 강씨는 이미 첫 번째 범행을 저지른 뒤였고 29일 경찰에 자수했다. 이 여성은 전자발찌를 끊기 전인 지난 26일 오후 9시30분 이후 살해된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과 법무부는 강씨 도주 직후부터 그의 집을 찾았으나 체포영장이 없어 진입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강제로 강씨의 집에 진입할 법적인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고, 법무부는 “체포영장이 발부되기 전이라 집 안을 수색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 결과 경찰은 전자발찌 훼손 당일인 27일 3차례, 28일 2차례 강씨 자택을 방문했지만 범행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서울동부보호관찰소 전자감독 범죄예방팀 직원 2명도 27일 오후 8시쯤 강씨 집을 방문했다가 근처에서 잠복하며 강씨를 기다렸다고 한다. 법무부는 지난 6월 전자감독대상자가 전자장치를 훼손하거나 외출 제한 등 준수 사항을 위반하면 보호관찰소 공무원이 직접 수사하는 전자감독 특사경을 시행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수사기관이 행적 파악에 실패한 상황에서 강씨는 29일 오전 3시쯤 두 번째 피해자 차량 안에서 추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추정된다. 강씨 도주 후 그의 집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했다는 것을 알았다면 두 번째 범행은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송파경찰서 관계자는 “영장도 없는 상태에서 어떻게 함부로 남의 집을 들어갈 수 있겠냐”고 항변했다.
하지만 전자발찌 훼손은 추가 범행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도주 사실을 고지 받은 경찰이 적극적으로 추적에 나섰어야 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최관호 서울경찰청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강씨) 주거지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 것은 법적, 제도적 한계”라면서도 “그럼에도 현장 경찰관이 좀 더 적극적인 경찰권 행사를 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기관들이 정보 공유를 놓고 서로 책임을 미루는 듯한 모습도 관찰된다. 법무부는 전자발찌 훼손 사건 발생 이후 보호관찰소 특사경이 경찰과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하며 소재 추적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하지만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전자발찌를 끊었다는 법무부 협조 요청을 받고 강씨 집에 출동했을 당시 전과 사실(범죄경력조회)은 몰랐다”며 “범죄경력조회는 자수한 다음에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