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법률가로 구성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공소심의위원회(심의위)가 30일 해직교사 불법 특별채용 의혹을 받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을 기소해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조 교육감 측은 “의견 진술 기회를 보장받지 못했다”며 심의위를 다시 열어달라고 요구할 계획이다. 공수처는 이 사건에 대한 기소권이 없어 조만간 사건을 검찰에 송부할 예정이다. 최종 판단은 검찰의 몫으로 넘어갔다.
공수처는 이날 심의위가 오전 10시 회의를 열어 5시간여 동안 공소제기 여부를 논의한 끝에 조 교육감과 한모 전 서울시교육청 비서실장을 직권남용,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기소해야 한다고 의결했다고 밝혔다. 심의위 위원장은 이강원 전 부산고등법원장이 맡았고, 변호사 9명과 법학자 2명이 위원으로 참여했다. 이날 회의에선 재적위원 11명 중 7명이 출석한 가운데 과반수가 기소 의견을 냈다.
수사팀에선 김성문 공수처 수사2부장검사와 최석규 공소부장검사가 출석해 수사결과 요약 보고서를 냈다. 조 교육감 측이 그간 공수처에 제출한 변호인 의견서도 심의위에 공유됐다. 수사팀과 위원들 간 질의응답 이후 심의위 간사인 공수처 관계자 1명이 참석한 상태에서 의결이 진행됐다. 공수처는 “심의위가 절차적, 내용적으로 객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해 독립적인 판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조 교육감 측은 심의위 개최에 앞서 “변호인에게 아무런 통지를 안 하고 의견 진술 기회도 부여하지 않았다”며 유감을 표했다. 심의위와 비슷한 성격의 기구인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피의자와 수사팀에 동등한 의견진술권을 부여한다. 조 교육감 측은 이를 들며 “공수처는 검찰보다도 피의자의 인권을 보장하지 않는 수사기관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했다. 심의위 결과에 대해선 “수사검사의 일방적인 의견만 듣고 판단한 심의위 결정을 수긍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조 교육감 측은 심의위를 다시 열어달라는 요청서를 31일 공수처에 접수할 계획이다.
조 교육감의 해직교사 불법 특별채용 의혹은 공수처의 1호 사건으로 공수처에서 심의위가 열린 것은 처음이다. 조 교육감은 2018년 서울시 부교육감과 교육정책국장 등의 반대에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출신 등 해직교사 5명을 특별채용하도록 지시하고, 측근인 한씨를 심사위원 선정에 부당하게 관여하게 한 혐의(직권남용) 등을 받는다. 감사원은 지난 4월 조 교육감을 경찰에 고발했고, 공수처에 사건이 이첩됐다. 공수처는 지난 7월 조 교육감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공수처는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에 신속히 송부하겠다는 입장이다. 심의위 의견을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수사팀은 기소 의견을 담아 보내는 쪽에 무게를 두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 교육감 측이 심의위 재개최를 요청하더라도 심의위가 다시 열릴 가능성은 낮다. 공수처로서는 심의위 의결로 기소의 정당성을 확보했지만, 첫 사건부터 외부 법률가들의 판단에 기댔다는 지적도 나온다. 향후 서울중앙지검에서 사건을 배당받은 수사팀이 기소 여부를 최종 판단하게 된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