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 폭행’ 퇴학당한 경찰대생 구제…법원 “퇴학 부당”

입력 2021-08-30 18:00

만취해 타인을 폭행하고 차량을 훼손한 경찰대 학생에게 퇴학 조치를 내린 경찰대의 처분은 부당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경찰대 징계위원회에서 퇴학 처분만을 전제로 사안을 심의한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방법원 제2행정부(오영표 부장판사)는 지난해 경찰대 4학년 재학 중에 퇴학당한 A씨가 경찰대학장을 상대로 제기한 퇴학처분 취소소송에서 7월 1일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A씨는 지난해 7월 23일 밤 경찰대생 신분으로 실습 중이던 서울 종로경찰서 인근에서 지도 선배들과 회식한 뒤 술에 취한 채 길을 걷다가 주차된 차량을 발로 차고 이를 말리는 시민을 주먹으로 때렸다.

A씨는 폭행·재물손괴 혐의로 그 자리에서 체포됐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오늘 이러는 거 책임질 수 있겠어? 진급은 물 건너갔네. 공부 좀 잘해라” “에이 XX 너무하네”라고 경찰관에게 폭언했다.

경찰대 측은 폭행·손괴·시비 등으로 학교 명예를 심하게 훼손한 행위를 문제 삼아 A씨를 징계위원회에 부쳤고, 징계위원 7명 중 5명의 ‘퇴학’ 의견에 따라 A씨를 학적에서 지웠다.

이에 A씨는 “징계위에서 처음부터 퇴학 처분을 전제로 심의한 데다, 문제가 된 모든 행위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며 대전지법에 퇴학 취소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재반부는 “퇴학이나 근신 등 각 징계위원이 독자적으로 판단해 투표해야 하는데, 이 사건에서는 A씨 행위가 퇴학 사유에 해당한다는 전제로 안건을 상정했다”며 “퇴학 여부에 관한 찬반 투표 방식으로만 의결을 진행한 만큼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또 재판부는 A씨에게 재심의·의결을 청구할 수 있다는 취지의 안내도 따로 하지 않아, 정당한 권리를 행사할 기회를 사실상 박탈한 점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A씨는 선배들이 먼저 회식을 제안해 식사하며 술을 마셨는데, 모임 성격상 술을 거절하기는 어려웠을 것 같은 정황도 고려해야 한다”며 “재물손괴에 대해서는 혐의 없음, 폭행 혐의는 공소권 없음 처분이 각각 내려진 만큼 징계가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경찰대 측에서 항소하지 않아 이 판결은 지난달 17일 확정됐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