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버스 운행 대기시간 전부가 근로시간은 아냐”

입력 2021-08-30 14:54 수정 2021-08-30 15:21

버스 운전기사의 운행 대기시간이 모두 근로시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청소, 세차 등을 하기도 하지만 휴식을 취하는 경우도 있는 만큼 모든 대기시간을 근로시간으로 봐선 안 된다는 취지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버스기사 A씨 등 6명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임금 청구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0일 밝혔다.

A씨 등은 “운행준비 및 정리시간, 운행 대기시간, 가스충전시간 등으로 인해 근로시간이 임금협정에서 정한 약정 근로시간을 초과하고 있다”며 초과근로 수당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노사가 합의한 하루 근무시간은 기본 8시간에 연장근로 1시간을 더한 9시간이다.

재판에서는 대기시간을 근로시간으로 볼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A씨 등은 “운행 대기시간에 휴식을 취하기도 했지만 배차표 반납이나 차량 청소·점검 등 업무를 했기 때문에 근로시간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회사 측은 “배차기준표에 의해 고정된 휴식시간으로 근로자들이 지휘·감독 없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이라며 “근로시간에서 제외돼야 한다”고 맞섰다.

하급심은 원고 측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도로 사정으로 인해 근로자들이 대기시간에 휴식을 취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 점, 대기시간에 버스 청소 및 검차 등을 한 점, 회사가 버스 내·외부 청결 상태가 불량할 경우 근로자에게 징계 조치를 하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이유로 “대기시간을 실질적으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대기시간을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놓여있는 근로시간으로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이 사건 대기시간 동안 청소, 검차 및 세차 등의 업무를 수행하기도 했다며 대기시간이 전부 근로시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지만, 근로시간에 반영된 시간을 초과해 같은 업무를 했는지, 어느 정도 시간을 했는지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소 불규칙하지만 다음 운행버스 출발시각이 정해져 있어 휴식을 위한 시간으로 활용하는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