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잃은 미얀마 학생들위해” 온라인스쿨 열어준 전북대생들

입력 2021-08-30 12:14 수정 2021-08-30 16:44
‘들풀 온라인 학교’를 개설 운영하는 전북대 국제인문사회학부 학생들. 왼쪽부터 황서현 조수민 김나연, 윤효온. 조윤주. 이원준씨. 왼쪽 학생들 뒤 TV에 '들풀 온라인 학교' 로고가 보인다. 전북대 제공.

“배울 곳을 잃어버린 미얀마 청소년들을 돕고 싶었어요. 이들이 다시금 꿈꾸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마중물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전북대 학생들이 민주화 내홍 속에 학교에 가지 못하고 있는 미얀마 학생들 돕기에 팔을 걷고 나섰다. 미얀마는 지난 2월 군사쿠데타 이후 군부에 대한 항의 표시로 교사와 학생들이 등교를 거부하고 있다.

전북대는 국제인문사회학부생 10여명이 미얀마 학생들을 위한 ‘들풀온라인학교(Wild Glass Online School)’를 유튜브와 페이스북에 개설해 운영 중이라고 30일 밝혔다.

지난 27일 문을 연 이 학교는 미얀마 학생들이 학교 밖에서도 정규 수업을 받을 수 있도록 꾸몄다. 현재 9학년(한국의 중학교 3학년에 해당) 정규 과목인 미얀마어·역사·영어·수학·과학·지질학 등 6개의 수업 영상이 올라와 있다.

시민불복종 운동에 동참하고 있는 현지 교사들이 강사로 나와 교실에서 가르친 그대로 수업을 한다. 신변 안전을 염려해 교사의 얼굴과 신분은 감춘 채 목소리만 살렸다.

들풀학교 설립자와 운영진은 ‘글로벌에코비전’ 멤버들이다. 이들이 학교 개교를 꿈 꾼 것은 지난달 30일 줌(ZOOM)으로 진행한 ‘미얀마 민주화 포럼’행사가 계기가 됐다.

이 행사에서 국내 미얀마 유학생 모임인 ‘미얀마의 봄’ 회원들은 모국의 민주화 전개 과정과 국민 저항, 군부 탄압 등 이야기를 들려줬다.

공부할 터전을 잃은 미얀마 청소년들의 상황에 안타까움을 느낀 전북대 학생들은 “과거 한국이 도움을 받았던 것처럼 어려운 미얀마를 돕는 데 작은 힘이라도 보태자”고 뜻을 모았다.

이후 미얀마 현지 교사들에게 강의를 요청하고, 이를 맞춤 동영상으로 편집했다. 현지 교사와 전북대생들 사이 가교 역할은 미얀마 출신 이주여성이 맡았다.

학교 이름 ‘들풀’은 “거친 들판을 헤치고 꿋꿋하게 자라나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현지 교사들의 생계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참여 교사들에게는 글로벌에코비전에서10만원씩의 강의료를 전달키로 했다.

학생들은 미얀마에 들풀 학교를 적극 홍보하고 앞으로 전 학년 교육 콘텐츠 제작을 위해 후원금 모금도 추진할 계획이다.

조수민(2학년)씨는 “한창 배우고 꿈꿀 나이에 학교를 빼앗긴 미얀마 학생들을 도와 미얀마의 봄이 다시 피어날 수 있도록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며 “아직 초기 수준이지만 하나 둘 씩 ‘좋아요’가 눌러지기 시작, 이날까지 70여개가 달렸다”고 말했다.

‘글로벌에코비전’은 2017년 전북지역 교수·기업인·의료인·학생 등으로 구성된 NGO다. 후원금을 모아 네팔 어린이 돕기 등 개발도상국 빈곤·기아 퇴치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