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호경기에 기업보다 가계가 ‘빚투’에 적극적” 연구결과

입력 2021-08-30 12:00
국민일보DB

한국은 경기가 상승할 때 기업의 생산적 투자보다 가계의 자산 투자가 더 활성화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다른 주요국이 경기 상승 국면에서 기업의 투자가 증가하는 것과 반대다.

심승규 아오야마학원대학 교수는 30일 간행된 예금보험공사(예보) 계간지 ‘금융리스크리뷰’에 실린 보고서 ‘가계부채의 구조적 문제’에서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심 교수는 보고서에서 “가계신용과 기업신용을 합한 민간신용 대비 가계신용비율은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시장에서는 경기역행적인 모습을 보이지만,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 시장에서는 경기순행적인 모습을 보인다”며한국 경제에서 경기가 상승 국면에 진입할 때 차입을 통한 기업의 생산 투자보다 가계의 자산 투자가 더 활성화된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일반적으로 기업은 호경기에 빚을 내 투자를 늘리고, 불경기엔 줄인다. 반대로 가계는 소득이 증가하는 호경기에 빚을 갚고, 불경기엔 빚을 내 소비를 유지한다. 따라서 호경기엔 가계보다 기업의 차입·투자가 늘어야 하는데, 한국은 이와 정반대라는 것이다.

지난 5월 12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아파트 단지의 모습이 보이고 있다. 이한결 기자

심 교수는 또 “(한국의 경기 상승 국면에서) 가계가 주택 등 담보가치 상승에 힘입어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로 차입하게 됨에 따라, 시장이자율은 경기역행적인 반응을 나타낸다”며 “경기가 상승국면에 진입할 때 시장이자율이 하락함으로써 주식시장이나 부동산 시장의 과도한 변동성을 초래한다”고 분석했다. 호경기엔 금리가 높아져 자산 가격을 적절히 통제해야 하는데, 한국의 경우 주택 등 담보물의 가격이 올라 시장 이자율이 그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심 교수는 “한국 경제에서 민간신용 대비 가계신용비율의 과도한 경기순행적 충격 반응은 실질이자율의 경기역행적 반응과 맞물려 자산 가격의 변동성을 확대하고 생산적 투자를 감소시킨다”고 우려했다. 그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에 대한 규제와 더불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강화함으로써 적절히 통제할 필요가 있다. LTV 규제는 최악의 경우 금융기관의 동반 부실을 막기 위한 장치지만, 한편으로는 가계신용을 과도하게 담보가치에 연동시키는 단점이 있다. 이는 각 가계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를 반영하는 DSR 규제로 적절히 보완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안명진 기자 a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