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대형사업장 2곳 파업위기 넘겨…기아차·금호타이어

입력 2021-08-30 10:38 수정 2021-08-30 10:49

광주지역 대형 사업장 2곳이 파업 위기를 넘겼다. 기아자동차가 10년 만에 무분규 임금협상을 이뤘고 점거 농성이 확대되던 금호타이어도 단체교섭을 마무리해 코로나19로 힘든 지역경제에 청신호가 되고 있다.

기아차 광주공장은 30일 오후 오토랜드 광명에서 2021년 임금협약 노사 조인식을 한다고 밝혔다. 기아차 노조는 지난 27일 임금협약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한 결과 가결됐다.

전체 조합원 2만8605명 중 2만6945명이 참여한 투표에서 1만8381명 68.2%가 찬성했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등 위기상황을 노사가 협력해 극복해야 한다는 데 노조원들이 공감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지난 6월 상견례를 시작으로 3개월 동안 교섭을 이어온 노사는 지난 24일 오토랜드 광명에서 열린 13차 본교섭에서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4년 만에 신규인력 100여 명(퇴직 인원 비례)을 올해 말까지 충원하기로 했다.

또 기본급 7만5000원(호봉승급분 포함) 인상, 성과급 200%+350만 원, 품질향상 특별격려금 230만 원, 재래시장 상품권 10만 원, 주식 13주 등을 지급하기로 했다.

기아차 노사는 이와 함께 ‘미래 산업 변화 대응을 위한 노사 상생 협약’을 맺고 첫 차량 구매 때 직원 할인 혜택을 확대하고 학자금 대출 이자를 지원하는 등 직원 복지개선에도 의견일치를 봤다.

2025년까지 29조 원 투자와 함께 미래 친환경차 시장 확대에 대비한 전용공장 전환, 다품종 생산설비 투자, 직무교육 확대, 협력사 동반성장 지원 등에도 이견을 좁혔다. 정년연장과 해고자 복직 등 인사·경영권에 관한 노조 요구안은 반영되지 않았다.

이로써 기아차 노조는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하지 않은 2011년 이후 10년 만에 큰 마찰이 없는 무분규 임금협상을 타결했다. 기아차 노조는 지난해 4주간의 부분파업을 벌이는 등 최근 해마다 파업을 반복해왔다.



노조가 지난 14일부터 서울사무소, 광주·곡성 공장 점거 농성에 잇따라 돌입한 금호타이어도 우여곡절 끝에 지난 26일 2021년 단체교섭을 마무리했다.

이 회사 노사는 임금동결 대신 국내공장 고용안정·미래비전 제시, 광주공장 이전, 250억 원을 출연한 우리사주 분배, 하계휴가비 20만원 인상 등에 합의했다.

사측은 2018년 중국 더블스타에 회사가 매각되는 과정에서 약속한 451억 원 출연 규모의 우리사주를 지급하라는 노조 요구에 우선 250억 원을 출연하고 나머지 201억 원은 2023년까지 재원을 마련하기로 했다.

노조는 그동안 핵심쟁점이던 ‘1인당 1000만원’ 규모의 우리사주 출연이 4년 만에 구체화됐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

삼성전자 광주공장과 함께 광주지역 3대 대형 사업장으로 꼽히는 기아차와 금호타이어가 잇따라 전면파업 위기를 돌파하면서 지역민들은 노사 간 극한 대립이 가뜩이나 힘든 지역경제에 찬물을 끼얹게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씻게 됐다.

특히 금호타이어는 이달 중순까지만 해도 노조가 ‘생산중단 타격투쟁’과 전면파업을 예고한데 이어 3~4일간 실제 생산차질이 발생해 지역사회를 긴장시켰다.

하지만 대국적 관점에서 노사가 한발씩 물러나면서 ‘상생 협력’을 선택해 협력업체들의 위기감을 일시에 덜었다.

경영난에 허덕이는 지역 중소기업 협력업체들은 “금호타이어 노조가 지난 19일 상무집행위원 파업으로 투쟁수위를 높였을 때 앞이 캄캄했지만 순조롭게 협상이 끝났다는 소식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는 반응이다.

금호타이어 노사 양측은 친환경 미래차 중심으로 급변하는 자동차 업계의 패러다임에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데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는 원재료가 상승, 미국 반덤핑 관세 등 당면한 위기상황 극복과 이전을 앞둔 광주공장과 전남 곡성, 경기 평택 등 국내공장 3곳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의기투합하기로 했다.

이와 별도로 지난 18일부터 광주고법에서 시작된 수천억 원 규모의 통상임금 파기환송심 등 이 회사 노사 마찰의 불씨는 여전하다.

금호타이어 정일택 대표이사 사장은 “우여곡절 끝에 최종 합의를 이뤘다“며 “노사가 한마음 한뜻으로 향후 경영의 걸림돌을 제거하는 등 회사 정상화를 위해 힘을 합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