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불테러 희생 미군 13명 유해 귀환…바이든 직접 맞아

입력 2021-08-30 04:32 수정 2021-08-30 09:47
카불공항 테러 희생 미군에 경의 표하는 바이든 대통령. AP연합뉴스

사흘 전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 자폭테러로 숨진 13명의 미군 유해가 고국으로 돌아왔다.

일요일인 29일 오전(현지시간) 침묵만 무겁게 깔린 미 델라웨어주 도버 공군기지에서 성조기로 덮인 유해함이 하나씩 수송기 C-17에서 내려왔다. 7명이 한 조가 돼 미군 희생자의 관을 천천히 옮겼다. 미리 대기 중이던 운구차량에 하나씩 유해함이 들어갔다.

검은 양복 차림의 조 바이든 대통령과 부인 질 바이든 여사,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등이 줄지어 서서 말없이 이 과정을 지켜봤다.

바이든 대통령 부부와 오스틴 장관은 오른손을 가슴에 올려 경의를 표했다. 마크 밀리 합참의장과 데이비드 버거 해병대 사령관, 제임스 매콘빌 육군장관 등 군 장성은 거수로 예를 표했다.

미국 시민과 아프간 주민을 부지런히 실어나르며 생명줄 역할을 하던 C-17는 이날 무장조직 이슬람국가 아프간지부(IS-K) 테러에 희생된 미군 장병의 유해를 싣고 고국으로 돌아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유해함이 C-17에서 나와 운구차량에 실릴 때까지 오른손을 가슴에 올린 채 시선을 고정했다. 기도하는 듯 고개를 숙이거나 눈을 감는 등 내내 침통한 모습이었다.

카불공항 테러 희생 미군에 경의 표하는 바이든 대통령. AFP연합뉴스

잔뜩 흐려 빗방울까지 떨어지는 도버기지에서 오전 11시8분 시작된 행사는 약 50분 뒤인 낮 12시7분에 끝났다. 13명 중 11명의 유해가 취재진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송됐다. 나머지 2명은 비공개로 하고 싶다는 유족의 요청이 있었다고 한다.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유족이 자리한 쪽에서 비통한 울음소리가 들렸다. CNN방송 등 미 언론도 침묵 속에 진행되는 행사를 그대로 중계했다. 간간이 진행자가 말을 보태기는 했지만 대체로 침묵 속에 중계가 이어졌다.

바이든 대통령이 군 통수권자가 된 후 해외에서 임무를 수행하다 목숨을 잃은 미군 장병의 유해를 맞으러 나간 건 처음이다.

바이든 대통령 부부는 이날 군기지에 일찍 도착해 유족들을 위로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군기지로 이동하는 동안 카불에서 폭발음이 들렸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는데 자폭 테러범을 실은 IS-K 차량에 대한 미군의 공습으로 파악됐다.

워싱턴포스트(WP)와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은 일요일 자 신문 1면에 미군 희생자 13명의 사진을 실으며 나라를 위한 희생을 기렸다. 이들 13명은 20∼31세이고 이 중 다섯 명이 20세다. 2001년 9·11 테러 즈음에 태어난 셈인데 WP는 ‘9·11의 아이들이 9·11로 시작된 전쟁에서 스러졌다’고 추모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