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이모 중사 사망 사건 이후 병영 문화를 개혁하자며 출범한 민·관·군 합동위원회가 흔들리고 있다. 합동위에 참여한 민간위원들이 연이어 사의를 표하면서 잡음이 잇따르고 있다. 사퇴 위원들은 국방부의 개혁 의지 미비와 폐쇄적 태도를 지적했다. 다음 달 예정된 합동위 활동 결과 보고에서 위원회가 유의미한 결과물을 도출해낼지 회의감을 표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합동위 출범 이후 처음으로 사퇴 위원들이 무더기 발생한 시점은 해군 성추행 피해 부사관 사망 사건 대책을 논의한 지난 17일 이후였다. 당시 4명의 위원이 국방부의 질문 회피와 미흡한 보고 등 비협조적 태도를 비판하며 사퇴했다. 합동위에서 논의해온 평시 군사법원 폐지안과 군 인권보호관 도입에 국방부가 반대하거나 미온적 태도를 보이면서 지난 25일에도 위원 6명이 줄사퇴했다.
강태경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을 비롯한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위원회에서 진행된 논의 과정과 정면 배치되는 행보로 군 사법체계 개혁에 제동을 거는 국방부의 모습을 보며 위원회의 존재 의미를 되묻지 않을 수 없었다”면서 “국방부는 개혁 의지가 없으며 구태의연한 모습만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합동위가 군 사법제도 개혁을 논의하는 것에 대해 ‘뒷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평시 군사법원을 유지하되 사건 항소심을 담당하는 고등군사법원을 폐지하는 내용의 군사법원법 개정안이 이미 마련돼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후 합동위 권고안이 개정안에 반영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관측이다. 앞서 합동위는 지난 26일 평시 군사법원법 폐지안에 대해 서면으로 의결했다. 전날 열린 합동위 3차 전체회의에서 정족수에 해당하는 절반(38명)의 인원을 채우지 못해 안건 의결에 실패하기도 했다.
합동위 제3차 회의 직후에도 민간위원 2명이 추가로 사퇴 의사를 표명하면서 출범 이후 지금까지 사의를 표명한 위원은 16명으로 늘었다. 이에 박은정 공동위원장은 “합동위가 마찰과 불신, 내부의 소통 부족으로 대국민 호소력을 스스로 약화시켜 가고 있다”며 사퇴 위원들을 우회 비판하기도 했다.
서욱 장관과 함께 합동위 공동위원장을 맡은 박은정 전 권익위원장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위원직을 사퇴한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박 위원장이 평시 군사법원 폐지를 방해하는 등 국방부에 ‘그루밍(길들이기)’된 상태에서 아바타 노릇을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국방부가 앞에서는 대통령이 기구를 만들라고 했으니 공손한 척하면서 뒤에서는 협작을 하고 있다. 한심하기 짝이 없다”고 군 당국에 날을 세웠다.
합동위는 지난 6월 공군 이 중사 사망 사건을 계기로 문재인 대통령이 민간도 참여하는 병영문화 개선 기구 설치를 지시해 출범했다. 다음 달 대국민 보고를 끝으로 활동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10월까지 활동 기한을 연장하는 방안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미 다수 위원이 사퇴한 상황에서 추동력을 잃은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회의원 출신 김종대 군 사법제도 개선 분과위원장은 국민일보 통화에서 “출신이 다른 민간위원들과 군 사이에 상호 불신과 소통 부족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출범한 지 두 달밖에 되지 않은 시점에서 불협화음이 나올 수밖에 없지만 산적한 과제를 풀어내기 위해 분주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