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끊고 도망친 남성이 여성 2명을 살해했다며 도주 이틀 만에 경찰에 자수했다. 해당 남성은 시신 한 구를 실은 채 경찰서를 찾아 자수했고, 나머지 시신은 이 남성의 집에서 발견됐다. 만 17세 때 특수절도로 첫 징역형을 선고받은 이 남성은 8번의 실형을 포함해 전과 14범으로 확인됐다.
서울 송파경찰서 관계자는 29일 “이날 오전 8시쯤 강모(56)씨가 자신의 차량에 여성 한 명의 시신을 싣고 경찰서로 자수하러 왔다”며 “강씨가 타고온 차량에서 시신을 확인한 후 그를 긴급 체포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씨는 경찰 조사에서 “범행 사실이 곧 발각돼 경찰에 잡힐 것이라는 생각에 자수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씨에게는 살인 및 전자발찌 훼손 혐의가 적용됐다.
강씨 진술에 따라 경찰은 강씨 주거지로 출동해 여성 시신 한 구를 추가 발견했다. 각각 40대와 50대인 피해 여성들은 강씨와 안면이 있는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씨가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하기 전과 후에 한 명씩 살해한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 관계자는 “정확한 선후 관계는 조사 중”이라며 “한 건의 범죄는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하기 전 저지른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전자발찌 착용 시 법무부 보호관찰소의 관리를 받는데 특정 지역에 가거나 특정 시간대에 외출할 경우 경보 알림이 울리도록 돼 있다. 자택에서 살인을 저질렀다면 보호관찰소가 파악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
법무부는 이날 “강씨는 강도강간, 절도 등 총 8회의 실형 전력이 있는 자로 이중 성범죄 전과는 2회”라고 밝혔다. 강씨는 2005년 9월 출소 5개월 만에 차량 안에서 흉기로 20대 여성을 위협해 금품을 강탈하고 추행한 혐의(특수강제추행)로 징역 15년을 선고 받았다. 15년 복역 후 지난해 10월부터 보호감호 재집행을 받던 중 지난 5월 6일 출소했다.
5년간 전자발찌 부착 명령을 받았지만 지난 27일 오후 5시31분쯤 돌연 전자장치를 끊고 도주했다. 자택 인근인 서울 송파구 신천동 거리에서 장치를 절단한 후 지하철 8호선 몽촌토성역 근처에 전자발찌를 버린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강씨는 렌터카를 몰고 서울역까지 이동해 차량을 버리고 잠적했다. 전자발찌 훼손 사실을 인지한 동부보호관찰소가 신고한 후 경찰 추적을 받아왔다.
경찰 관계자는 “강씨에 대해 아직 초기 조사 단계”라며 “정확한 범행 일시, 구체적 범행 동기, 추가 범행 여부 등을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피해 여성들에 대한 성범죄 여부, 정확한 사인은 부검 결과를 통해 확인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오후 강씨 집 인근에는 동네 주민들이 모여 불안해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주민들은 “살인사건이 난 곳이 여기였어?”라거나 “앞으로 무서워서 어떻게 사냐”는 말을 나눴다. 한 이웃 주민은 “몇 번 (강씨를) 마주친 적은 있었다”며 “왜소한 체격에 험악한 얼굴은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이형민 박장군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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