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보톡스 기술 유출’ 대웅제약 공장도 압수수색

입력 2021-08-29 17:33

검찰이 이른바 ‘보톡스’로 불리는 보툴리눔 톡신 제제의 균주 및 제조공정이 메디톡스에서 대웅제약으로 유출된 정황을 포착해 대웅제약 본사와 연구소, 공장을 압수수색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직 메디톡스 연구원이 자신의 이메일에 제조공정을 담아 놓은 정황, 퇴사 이후 대웅제약과 자문계약을 맺은 정황 등을 토대로 영업비밀 침해행위를 규명하려는 수사로 풀이된다. 이밖에 검찰은 대웅제약 관련 특허청 수사의뢰 건과 공정거래위원회 고발 건에 대한 수사도 진행하고 있다.

29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영업비밀 전담 수사 부서인 서울중앙지검 형사12부(부장검사 이덕진)는 지난 26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대웅제약 본사와 경기 화성시 향남공장, 용인시 연구소를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메디톡스에서 2004년부터 2009년까지 연구원으로 근무했던 이모씨가 퇴사한 뒤 대웅제약과 자문계약을 맺고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와 유사한 보톡스 제품을 출시했다는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메디톡스는 2006년 보톡스 제품인 ‘메디톡신’을, 대웅제약은 2014년 ‘나보타’를 출시했다.

이번 수사는 메디톡스가 2017년 1월 대웅제약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 데 따른 것이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이 2010년 ‘경기 용인연구소에서 보툴리눔 균주를 발견했다’고 질병관리청에 신고한 것이 허위라고 주장한다. 메디톡스에서 빼돌린 기술로 균주를 자체적으로 발견했다고 신고한 것은 정부를 상대로 업무방해죄를 저질렀다는 취지다. 검찰은 이씨 등에게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적용해 수사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이 규명하려는 것은 보툴리눔 균주 및 제조공정 도용의 실재 여부다. 메디톡스는 2019년 1월 이씨를 통한 기술 유출이 있었다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영업비밀 침해 혐의로 대웅제약을 제소했다. ITC는 지난해 12월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보고 21개월간 ‘나보타’의 미국 수입과 판매를 금지했다. 대웅제약과 메디톡스는 즉각 항소했으나 대웅제약의 미국 파트너사와 메디톡스가 합의하면서 이 소송은 일단락됐다. 검찰은 ITC 판결문을 받아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대웅제약이 이씨와 체결한 자문계약이 영업비밀에 대한 대가성인지 여부 등을 살피고 있다. 특히 검찰은 이씨가 메디톡스 퇴사 무렵 본인의 이메일로 영업비밀을 보내둔 흔적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메디톡스는 이씨가 균주와 제조공정을 넘겨 대웅제약으로부터 돈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대웅제약은 정당한 자문계약이었다고 강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디톡스가 2017년 10월 이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은 1심이 진행 중이다. 이씨도 지난해 3월 메디톡스의 주장은 허위라며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은 대웅제약이 실험 데이터를 조작해 불법으로 특허를 취득했다며 특허청이 수사의뢰한 사건도 수사하고 있다. 특허청의 첫 수사의뢰 사건으로 관심을 모았는데 애초 형사6부에 배당된 사건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 사건과 병합되면서 최근 공정거래조사부에 재배당됐다. 공정거래조사부는 특허청에 특허무효심판 관련 서류 등을 임의제출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특허청 관계자와 참고인 조사 일정도 조율하고 있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