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도 망했네” 이태원, 두 집 건너 한 집 폐업

입력 2021-08-29 15:49 수정 2021-08-29 17:15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4번 출구 바로 앞의 점포가 공실로 비어있다.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점포들이 공실로 비어있다.

“여기도 망했네.”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자전거를 타고 거리를 지나던 한 커플이 문을 닫고 공사를 하는 술집을 가리키며 말했다. 일요일 오전의 이태원 골목은 두 명이 자전거를 타고 달려도 문제없을 만큼 텅 비어있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이태원을 가득 채웠던 수많은 외국인은 눈에 띄지 않았다. 내국인들만 간혹 거리를 지날 뿐이었다.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골목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물 웅덩이에 한산한 거리가 비치고 있다.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한 점포가 문을 닫아 폐기물로 어질러져 있다.

가게와 노점상을 운영하며 이태원에서만 장사한 지 30년 됐다는 오모(67·여)씨는 “나이가 들어 힘들기도 하지만 어차피 손님도 없어서 주말만 장사하고 있다”며 “이태원은 외국인이 와야 장사가 되는데 코로나가 시작된 후 계속 사람들이 줄기만 한다”며 한숨을 쉬었다.
"살고싶다"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한 음식점 창문에 거리두기로 인한 고통 호소와 손실 보상을 촉구하는 글이 붙어있다.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대로변의 두 건물이 공실로 비어있다.

대로변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는 김모(44)씨는 “이태원에는 착한임대인 운동 같은 것도 활성화되지 않아 임대료에 허덕이다 인근의 가게 4, 5곳이 문을 닫았다”며 “우리 가게 매출은 80~90% 감소했다”고 말했다. 이어 “직원 2명 있었는데 정리하고 버티고 있다. 남은 계약 기간인 1년만 해보려 한다”며 굳은 표정을 지었다.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한 외국인이 임대 안내문이 부착된 점포를 지나치고 있다.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한 음식점에 거리두기 4단계로 인한 임시 휴무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상업용 부동산 임대동향 조사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이태원의 공실률은 31.9%에 이르렀다. 3곳 중 1곳이 문을 닫고 있는 것이다. 서울 전체의 평균 공실률 6.5%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한 점포 입구에 폐업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한 상점에 임대 현수막이 부착돼 있다.

한편 용산구는 지난 25일 ‘용산형 착한임대인 지원 사업’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임대료를 내린 임대인에게 현금을 150만원까지 지원하는 정책이다. 환산 보증금 9억원 이하 상가 가운데 올해 임대료를 내리거나 ‘이태원 스타샵 프로젝트’에 참여할 임대인이라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이한결 기자 alwayss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