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북핵대표, 일주일만에 또 대면…“아프간 사태 속 한반도 관리”

입력 2021-08-29 15:48
노규덕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2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조기 재가동을 위한 한미 양국 간 협의를 위해 미국 워싱턴으로 출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 북핵대표가 일주일 만에 또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는다. 아프가니스탄 사태로 국제정세가 극심한 불안을 겪는 상황에서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포함한 한반도의 안정적 상황 관리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대북 인도적 지원을 계기로 한 북한과의 대화 재개 방안도 논의할 전망이다.

노규덕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29일 미국으로 출국 전 인천국제공항에서 취재진과 만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조기 재가동 방안을 미국 측과 협의하고자 방미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 정부는 그동안 (조) 바이든 행정부 측과 북·미 대화 조기 재개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놓고 심도 있는 협의를 진행해왔다”며 “이번 방미 시에도 미국 측 인사들과 머리를 맞대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고자 한다”고 말했다.

지난 23일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가 방한해 한·미 북핵수석대표 협의를 가진 뒤 양측은 불과 일주일 만에 장소를 워싱턴으로 옮겨 다시 마주 앉게 됐다. 노 본부장은 다음 달 1일까지 워싱턴에서 국무부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관계자 등 미국 조야 인사를 만날 예정이다.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가 지난 23일 서울 중구 호텔 더 플라자에서 노규덕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북핵수석대표 협의를 마치고 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아프간 사태가 현재진행형인 상황에서 북한이 무력도발을 감행해 한반도 상황까지 악화하면 바이든 행정부로선 더욱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일 수 있어 한반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방안이 주로 언급될 것으로 보인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정부로선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라도 (경색된) 남북 관계를 돌파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미국 측에 설득할 여지가 생긴 측면도 있다”고 진단했다. 정부 관계자는 “(아프간 사태에도) 한·미가 북한 문제에 관한 협력을 이어간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대화 재개 방안 중 하나로 대북 인도적 지원 가능성에 대한 논의도 계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는 보건 및 감염병 방역, 식수 및 위생 등 지원 분야를 정하고, 한·미 직접 지원은 물론 국제기구와 구호단체를 통한 간접 지원 방안까지 논의한 사실을 공개한 바 있다.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국제공항에서 26일(현지시간) 고국을 벗어나려는 아프간인들이 공항 경비 미군에게 신원증명서를 보여주며 탈출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미국과 동맹국은 이달 말 철군 시한을 앞두고 대피 작전을 서두르는 가운데 이날 폭탄테러가 발생해 미군 13명을 포함해 모두 100여 명이 숨졌다. 연합뉴스

한·미 연합훈련에 연일 반발하던 북한은 지난 26일 훈련이 끝난 이후 남북 통신선 연락은 여전히 두절한 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북한도 아프간 사태를 예의주시하며 관망세를 이어갈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다만 미군 철수가 완료되는 31일 이후의 도발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대북소식통은 “미군 철수가 완료되면 아프간도 (세간의) 관심에서 멀어질 수 있다”며 “(미군 철수 이후) 9·9절(정권수립일)이 고비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