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선릉역 인근 도로에서 사고로 숨진 배달 노동자 사건과 관련해 그의 어머니가 사고 당일 아들에게 수차례 전화한 기록을 담은 발신목록과 메시지가 공개됐다. 많은 네티즌은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28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조가 공개한 메시지에 따르면 숨진 배달 노동자의 어머니는 사고 당일 아들에게 오후 4시부터 오후 7시까지 4차례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아들은 오전에 배달을 하다 화물차 사고로 숨져 전화를 받을 수 없었다. 전화를 받지 않자 어머니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통해 “전화 안 받네. 내일 백신 맞는다면서 어디갔냐”는 메시지를 남겼다.
노조는 메시지를 공개하며 “배달원 사고 소식을 뉴스로 볼 때마다 자식에게 전화를 걸었던 어머니는 선릉역 사고를 보고 전화를 하고 문자도 보냈지만 연락이 되지 않았다”며 “바로 선릉역에서 사고가 난 배달원 어머니가 자식의 죽음을 알게 된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노조는 “한 시간 꼴로 아들과 통화를 시도한 어머니 휴대전화의 통화 목록이 보인다”고 덧붙였다.
노조는 이번 사고를 두고 ‘산재 사망’이라고 주장하며 ‘배달 오토바이 공제조합’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노조는 “라이더의 최소 안전망인 배달 오토바이 공제조합 설립에 나설 것이다. 공제조합을 통해 저렴한 보험료, 의무 유상보험, 안전교육, 배달 교육 등을 책임지고 진행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라이더들은) 근로계약을 맺은 노동자가 아닌 위탁계약을 맺은 자영업자(플랫폼노동자)로 구분되기 때문에 산재보험을 제외하고는 어떠한 보상을 받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배달 플랫폼업체 배달의민족에 대해 “장례비용 일체와 위로금을 지급하라”고 요구하면서 “라이더들이 고인의 가족에게 전달하기 위해 십시일반 모금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노조는 “현재 배달앱 점유율 20%인 쿠팡이츠가 라이더의 보험 유무를 확인하지 않고 배달할 수 있게 하는 무보험 정책을 펼치고 있다. 유상보험 유무를 라이더로 일할 수 있는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26일 오전 11시30분쯤 선릉역 근처 교차로에서 배달 오토바이를 몰던 40대 운전자가 23t 화물차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 조사에서 화물차 운전자는 신호가 바뀌어 출발했는데 운전석이 높아 앞에 있던 오토바이를 보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가 발생한 선릉역 8번 출구엔 라이더 동료들과 시민들 추모 행렬이 이어졌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