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에게 폭행당해 숨진 황예진씨 유족이 가해자를 엄벌해달라며 올린 국민청원이 3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청원 글이 올라온 지 나흘 만이다.
지난 25일 황씨 어머니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남자친구에게 폭행당해 사망한 딸의 엄마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은 이날 오후 4시 기준 32만 명 이상 동의를 얻었다. 20만 명 이상이 동의한 청원 글은 청와대의 공식 답변을 받을 수 있다.
청원 글을 작성한 황씨 어머니는 숨진 황씨에 대해 “26살 이제 막 직장생활을 시작한 딸은 첫 월급을 받고 엄마, 아빠, 외할머니 선물을 뭘 할까 고민하던 착한 아이였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황씨는 지난달 25일 새벽 3시 서울 마포구 상수동의 한 오피스텔 1층에서 연인 관계였던 30대 남성 A씨에게 폭행을 당해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지난 17일 끝내 숨졌다. A씨는 황씨가 주변인들에게 연인 관계임을 알렸다는 이유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황씨 어머니는 글을 통해 “가해자는 엘리베이터 앞에서 딸의 머리와 배에 폭행을 일삼고 쓰러뜨린 뒤 위에 올라타 무릎으로 짓누르는 등 도저히 사람이 사람에게 할 수 없는 무자비한 폭행을 자행했다”며 “119가 도착했을 때 딸은 이미 심정지 상태였고 중환자실에서 3주를 버티다 하늘로 떠났다”고 말했다.
황씨의 유족들은 방송 등을 통해 황씨가 A씨에게 폭행당하던 당시 CCTV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단순히 데이트 폭력이라 부를 수 없을 만큼 상황이 심각했음을 알리고, A씨가 제대로 된 처벌을 받을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황씨의 폭행 장면을 담은 CCTV에는 남자친구 A씨가 황씨를 벽에 수차례 밀치는 장면이 나온다. 이후 황씨는 바닥에 쓰러졌다. CCTV 화면에 두 사람이 다시 등장했을 때 황씨는 이미 바닥에 축 늘어진 상태였다. A씨는 황씨를 질질 끌어 엘리베이터에서 내렸고, 이후 1층에서도 황씨는 일어나지 못했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현재까지 A씨의 살인의 고의성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며, 살인죄 대신 상해치사 혐의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지난달 27일 상해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증거인멸과 도주 가능성이 낮다”며 기각했다.
이에 황씨 어머니는 청원 글을 통해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는 가해자 측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황씨 어머니는 “가해자는 운동을 즐겨 하며 수상 인명 구조 자격증이 있는 건장한 30세 청년”이라며 “쓰러진 딸을 보고도 구조 노력을 하기는커녕 정신을 잃고 숨도 쉬지 않는 딸을 끌고 다니며 바닥에 일부러 머리를 떨어뜨리는 행동을 했고 (피해자가) 술에 취해 스스로 넘어졌다는 허위 신고를 했다. 살인 의도가 있었음이 분명하다”고 했다.
이와 함께 황씨 어머니는 가해자 A씨의 엄벌을 촉구하며 재발 방지를 위한 법을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여성을 무참히 폭행해 죽음에 이르게 한 가해자의 구속수사와 신상공개를 촉구한다”며 또 다른 피해자가 억울한 죽음을 맞지 않도록 ‘데이트폭력가중처벌법’을 신설할 것을 요청했다.
그는 “가해자는 자신에게 유리한 대로 마음껏 진술할 수 있지만, 피해자인 제 딸은 곧바로 의식을 잃어버렸고 이제는 이 세상 사람도 아니니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다”며 “부디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봐주시고 피해자 가족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달라”고 호소했다.
김남명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