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에서 현지 시각으로 26일 발생한 자살 폭탄 테러로 전사한 미군의 안타까운 사연이 외신을 통해 전해졌다. 희생자 중 출산을 불과 3주 앞둔 예비 아빠와 이제 갓 스물이 된 청년, 아프간 아이들에게 사탕을 건넸던 미군도 포함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안타까움을 더했다.
미국 국방부는 아직 공식적으로 희생자의 이름을 발표하지 않았다. 그러나 CNN과 로이터통신 등은 현지 언론은 유가족 인터뷰 등을 통해 희생자들의 사연을 보도했다. 이중 라일리 매콜럼(20) 일병은 출산을 불과 3주 앞둔 예비 아빠로 알려졌다.
매콜럼이 아내와 함께 운영한 것으로 보이는 SNS 계정엔 지난 5월부터 결혼식 사진이 올라와 있다. 예비 부모로 소개된 둘은 아기 출산은 3주 앞으로 다가왔다고 했다. 매콜럼 일병의 누나 로이스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강인하고 친절하고 사랑스러운 아이였다”며 “그의 유머와 재치는 정말 큰 기쁨이었다”고 회상했다.
와이오밍주 출신 릴리 매콜럼은 2년 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해병대에 합류한 그는 평생 해군이길 바랐다고 한다. 그의 누나는 “동생은 복무를 끝내고 역사 교사와 레슬링 코치가 되고 싶어했다”고 떠올렸다.
또 다른 희생자인 해병 카림 니코이는 2001년 아프간 전쟁이 시작된 해에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테러 당일 아들이 있던 장소에서 공격이 있었다는 것을 듣고 퇴근해 노심초사하며 TV 앞을 지켰다고 한다. 결국 집으로 찾아온 3명의 해병대원으로부터 비보를 전해 들었다.
니코이는 테러 전날 아버지에게 카불 공항에서 아프간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거나 사탕을 건네는 자신의 모습을 담은 영상을 보내기도 했다. 아버지는 “아들은 아프간 전쟁이 시작될 때 태어났고 전쟁이 끝나니 생을 마감했다”며 슬퍼했다. 공화당 소속 연방 상원의원인 로브 포트만은 트위터를 통해 20대 초반의 해군 의무병인 막스톤 소비아크도 이번 테러의 희생자였다고 전했다. 소비아크는 고등학교 시절 축구팀 소속 우등생으로 활약하며 2017년 졸업했다.
학교 측은 성명을 통해 “소비아크는 학교생활 내내 스포츠를 비롯한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우수한 학생이었다”고 추모했다. 그는 평소 SNS에 암벽 등반이나 스키 등 각종 운동을 즐기는 사진을 올리곤 했다. 또 군인 친구들과의 사진도 올리며 부대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의 누나는 SNS에 “동생은 목숨을 구하는 일을 돕다가 세상을 떠났다”고 추모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