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클(기적) 작전으로 한국에 도착한 아프가니스탄 어린이가 27일 충북 진천 공무원 인재개발원으로 이동하는 버스에서 창문을 사이에 두고 방호복을 입은 경찰과 손장난을 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다른 아이는 분홍색 곰돌이 인형을 품에 안고 있다.
앞서 26일 아프간 조력인과 가족들이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을 때 아이들이 안고 있었던 인형이 화제가 됐다. 알고 보니 이 인형들은 법무부가 생사의 갈림길에 선 아이들의 정서적 안정을 위해 준비한 인형으로 밝혀져 훈훈함을 자아냈다.
법무부 관계자는 이날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번에 아프가니스탄에서 입국하는 아이들이 매우 많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어린 나이에 힘든 시간을 겪으며 오는 아이들에게 환영의 의미를 표시하기 위해 법무부 내부에서 의논해 애착 인형을 준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급작스럽게 준비를 하는데 어려움이 따랐지만, 아이들이 인형을 안았을 때 느낄 촉감까지 고려해 법무부 직원들이 직접 인형을 만져보고 안아보며 고른 것으로 전해졌다. 집을 떠나 낯선 환경에서 머물게 될 아이들이 인형에 기대어 쉴 수 있도록 포근한 느낌이 나는 인형들로 골랐다는 것이다. 법무부 직원들의 자녀들이 좋아했던 인형 등도 참고해서 준비했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이슬람권인 아프가니스탄의 문화까지 세심하게 고려했다. 이 관계자는 “이슬람 문화에 정통한 전문가의 의견을 구해 강아지 인형은 제외했다”며 “대신 곰과 토끼, 고양이 인형을 채택했다”고 설명했다. 이슬람 문화권에서 개는 정결하지 못한 동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세심한 배려 끝에 아프간 아이들에게 전달된 인형은 국내 작가 하얀오리(윤혜지)씨의 토끼 캐릭터인 몰랑이 인형과 노블래빗 인형, 미국에서 탄생한 곰 캐릭터 케어베어인형, 위더펫 고양이 인형이다.
법무부 직원들은 인형을 준비해 아프간 조력자와 가족들이 입국한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했다. 아프간 아이들은 공항에 도착했을 때 어리둥절하고 피곤한 모습이었다. 직원들이 인형을 전달하자 아이들은 인형을 받아 안고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법무부 관계자는 “어린 동생이 인형을 땅에 떨어뜨리자 옆에 있던 오빠가 얼른 주워주며 챙기는 훈훈한 모습도 보였다”고 전했다.
아이들은 진천으로 향하는 버스에 탑승해 오랜 시간 대기했다. 이 관계자는 “창문 너머로 윙크를 주고받으며 웃는 아이들의 모습은 영락없이 순박한 아이들의 모습이었다”며 “어린아이들은 문화나 종교, 지리적인 거리감을 떠나 모두 같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아이들은 당분간 진천 인재개발원에서 가족들과 지내게 된다. 법무부 측은 “아무래도 공무원 연수원이다 보니 아이들을 위한 시설이 없다”며 “앞으로 2주 동안 격리에 들어갈 텐데 격리가 해제되면 최소한 아이들이 즐겁게 생활할 수 있도록 장난감이나 실내용 미끄럼틀 등을 준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제경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