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될 수도…” 선릉역 배달 오토바이 사고 추모 행렬[포착]

입력 2021-08-27 18:41
2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선릉역 인근 도로에 전날 사망한 오토바이 배달원을 추모하는 국화꽃 등이 놓여져 있다. 연합뉴스

서울 선릉역 교통사고로 사망한 오토바이 운전자를 추모하는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2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선릉역 인근 도로에 전날 사망한 오토바이 배달원을 추모하며 놓여진 술병에 메모가 붙어있다. 연합뉴스

한 배달기사는 27일 배달기사 커뮤니티인 ‘배달세상’에 “오늘 일 시작 전에 들려 향초를 좀 가져다 놓았습니다. 지나가다라도 잠시 불 밝혀 주세요”라고 시작하는 글을 올렸다. 글쓴이는 “부디 좋은 곳으로 가셨길 바라고 이 세상에서의 고통은 이제 끝났으니 평안히 쉬시길 바란다”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2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선릉역 인근 도로에 전날 사망한 오토바이 배달원을 추모하는 국화꽃 등이 놓여져 있다. 연합뉴스

배달 기사들은 전날 선릉역에서 일어난 오토바이 사고 시간에 맞춰 현장을 찾아 헌화하고 묵념을 하며 고인을 추모했다. 사고 현장 인근 인도에 세워진 고인의 오토바이 앞에는 국화꽃과 함께 막걸리·소주·맥주 등이 놓여 있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동조합 배달서비스지부(배달노조)는 이날 추모 행사를 한 뒤 성명을 발표하고 고인의 죽음을 산업재해로 인정해달라고 요구했다.

2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선릉역 인근 도로에 전날 사망한 오토바이 배달원을 추모하는 추모메모와 국화꽃 등이 놓여져 있다. 연합뉴스

노조 측은 “사망한 라이더가 우리의 모습이다”라며 “언제나 손님에게 빠르게 음식을 갖다 주고자 플랫폼사 간의 속도 경쟁에 내몰린 우리는 생존을 위해 도로 위를 달린다”고 했다. 이어 “사고 현장을 보면서 가슴이 먹먹하고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며 “어쩌면 그 라이더가 바로 내가 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노조 측은 “배달 노동자들은 주문 연락을 받기 위해 도로 위에서 계속 휴대전화 화면을 볼 수밖에 없다”며 “오토바이를 안전하게 타는 법이나 배달 과정에서 주의할 점 등을 교육받지 못한 채 도로에 투입된다”고 호소했다.

호소와 함께 노조 측은 배달 플랫폼 회사에 유가족에 장례비용과 위로금을 지급하고 고인의 산재보험 적용을 요구했다. 또한 배달 노동자의 안전교육 강화에 힘써 달라고 당부했다.

앞서 26일 오전 서울 강남 선릉역 인근에서 대형 트럭과 배달 오토바이가 충돌해 오토바이 운전자가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 조사 결과 화물차 운전자는 운전석이 높아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오토바이를 보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혜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