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을 함께” 아프간인 보듬은 진천의 포용력

입력 2021-08-28 05:30
아프가니스탄 협력자와 그 가족들이 27일부터 머무르게 된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앞 곳곳에 환영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 현지에서 한국에 협력했던 아프간인과 가족 377명이 27일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 입소했다. 진천 주민들은 도로변에 “여러분의 아픔을 함께 합니다”라는 내용이 담긴 현수막들을 걸었다. 아프간어로 쓰인 환영 현수막이 걸리기도 했다.

아프간인들은 인재개발원에 입소해 약 8주간 머무른다. 어려운 결정을 내린 진천 주민들의 포용력도 재차 주목받고 있다. 진천은 앞서 코로나19 사태로 중국 우한에서 돌아온 교민들을 보듬었었다. 당시 교민 173명은 진천 주민 배려 속에 인재개발원에서 2주 정도 생활했다.
27일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앞 곳곳에 환영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5일 주민설명회에 참석한 정부 관계자들은 “혼날 각오로 왔는데 주민들께서 또 다시 따뜻한 마음을 보여줬다”며 감사함을 표시했다. 국민의힘 김연주 상근부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생거진천(生居鎭川)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은 진천 군민의 마음에 온 국민이 감동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생거진천은 ‘살아서는 진천에 사는 게 좋다’는 뜻이다. 진천군에서 ‘진천이 살기 좋은 고장’이라는 의미의 홍보 문구로 자주 사용하고 있다.

앞서 한국에 도착한 아프간인은 378명으로 알려졌지만 실제 인원은 377명이었다. 외교부는 “카불에서 391명이 출발했지만 중간 기착지에서 신원을 정밀 재점검한 결과 명단에 없던 1명을 카불로 돌려보냈다”고 설명했다. 한국 기관에 협력했던 인물이 맞는지 신원 확인을 꼼꼼히 했기 때문에 탈레반과 연계된 위험인물이 입국했을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추가 인원 13명도 2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정부는 코로나19 대비를 철저히 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들은 방역 수칙에 따라 2주간 격리 조치된다. 377명 중 360명은 전날 코로나19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을 받았다. 판정이 보류된 17명은 재검사를 받았다. 전체 인원이 체온검사를 1일 3회 실시하고 입소 후 7일차에 2차 검사를 한다. 이어 격리 종료 직전에 3차 검사를 시행하기로 했다. 이들은 향후 정착지가 결정될 때까지 6~8주 가량 인재개발원에 머물게 된다. 추가로 인천공항에 도착했던 13명은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은 후 인재개발원에 합류했다.

정부는 아프간인들이 불편하지 않게 생활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할 방침이다. 2주 격리가 종료된 후에는 영유아가 많은 점을 고려해 기숙사 내 임시 보육시설을 운영할 계획이다. 부모와 영유아들이 함께 지낼 수 있는 공간으로 운영된다. 식단도 이들의 종교를 고려해 돼지고기 등이 없는 식단으로 준비하기로 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