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좋다더라”… 하와이서 가축 구충제 판매 급증

입력 2021-08-27 18:00 수정 2021-08-27 18:12
미국 하와이 힐로의 한 상점 진열대에 붙어 있는 경고 문구. 아이버멕틴을 사람이 복용하면 위험하다고 적혀 있다. 하와이 지역방송 KITV4 기자 겸 앵커 톰 조지 트위터.

미국 하와이를 비롯한 전국에서 코로나19 치료·예방용으로 가축 구충제 판매가 급증했다고 하와이 지역방송 KITV4가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방송은 전국 독극물 관리처에 코로나19를 치료·예방하기 위한 대안으로 동물용 약물 ‘아이버멕틴’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이버멕틴은 몸속 기생충을 제거하는 구충제로 주로 말과 염소, 양, 소에 쓰인다.

이 약물은 코로나19 치료에 효과를 보인다는 얘기가 최근 일부 언론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나돌면서 찾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 하와이에서는 마우이 카운티 보건 담당자가 코로나19를 아이버멕틴이 치료할 수 있다고 선전하기도 했다.

코로나19 대유행 전 미국 전역에서 보통 일주일에 3600건 정도였던 아이버멕틴 처방 사례는 올해 1월 3만9000건까지 늘었다. 이달 둘째주에는 8만8000건으로 더욱 급증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코로나19 치료를 위해 아이버멕틴을 복용하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미 식품의약국(FDA)도 “당신은 말이나 소가 아니다”라며 “제발 멈춰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FDA는 아이버멕틴 복용 시 일시적 실명과 구토를 포함해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방송은 “그럼에도 이 약의 판매는 전국적으로 급증하고 있다”며 “오아후섬 주변의 상점들은 ‘(아이버멕틴이) 더 많이 팔리고 있고 일부는 매진됐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오아후섬 서부 와이아나의 한 상점은 보통 아이버멕틴 10여개들이 한 상자를 다 팔기까지 약 3개월이 걸렸지만 최근에는 3주 만에 네 상자를 팔았다고 방송에 설명했다.

상점 주인은 “누구도 (왜 사느냐고) 묻지 않고, (묻더라도) 그들은 자신들의 개를 위한 것이라고 한다”며 “많은 손님이 개인용도로 구매한다고 짐작한다”고 말했다. 올해 하와이에서는 이버멕틴 중독 사례가 1건 보고됐다.

한 수의사는 “아이버멕틴 공급물량을 전부 (코로나19 치료 목적으로) 복용하면 사람의 건강을 위험하게 하는 것 말고도 그것을 필요로 하는 동물에게 해를 끼친다”고 상기시켰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