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구충제가 코로나19 치료제로 알려져 이를 처방 받는 사례가 늘자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건강 경보를 발령했다.
CDC가 구충제인 ‘아이버멕틴’ 처방이 급증하는 것에 경고했다고 CNN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DC는 아이버멕틴 처방전이 팬데믹 이전엔 보통 3600건씩 발부됐지만 이달 중순엔 약 8만8000건까지 늘었다고 지적했다. 이전과 비교해 24배나 급증한 수치다.
아이버멕틴 복용 후 문제가 생겨 독약통제센터로 신고하는 사례도 팬데믹 이전보다 3배가 늘었다. CDC는 이 약을 과다복용할 경우 위장 장애, 신경 손상, 발작, 방향감각 상실, 혼수상태, 사망 등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논란이 된 아이버멕틴은 기생충 박멸을 위해 사람에게 처방하는 약이다. 소와 말 등 동물용 구충제로 쓰이기도 한다.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지만 저렴한 가격 때문에 백신이 부족한 저소득 국가를 중심으로 사용돼 왔다.
실제로 지난달 인도네시아에서는 아이버멕틴이 코로나19 치료제로 승인됐다는 잘못된 보도로 아이버멕틴 가격이 1000%까지 치솟기도 했다. 인도네시아 식약청은 아이버멕틴을 제한적으로만 허용했을 뿐이라고 밝히며 아이버맥틴은 코로나19 치료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미국에서도 최근 몇 달간 아이버멕틴을 코로나19 치료제로 언급하는 발언과 보도가 잇따랐다. 공화당 상원의원 론 존슨도 이 약으로 코로나19를 치료할 수 있다고 홍보했다.
이에 CDC는 아이버멕틴이 코로나19에 효과가 있는지 임상시험에서 충분한 증거가 나오지 않았고 치료제로 승인되지도 않았다고 강조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지난 21일 트위터를 통해 “당신은 말이 아니다. 소도 아니다. 진지하게 말하는데 멈춰라”며 아이버멕틴을 코로나19 치료에 쓰는 사람들에게 경고했다.
김미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