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아프가니스탄(아프간)인 특별 기여자들이 기존 난민과는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오히려 난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지에서 조력 주민들을 구출하고 국내에서 장기체류를 할 수 있는 비자(F-2) 발급을 추진하는 등 기존 난민 수용 정책에서 한 단계 나아간 정책을 시행한 점은 긍정적이지만, 한국에 특별한 공로가 없으면 난민을 구하지 않아도 된다는 인식을 공식화했다는 점은 아쉽다는 평가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27일 아프간인 입국과 관련해 “전쟁의 참화 때문이긴 하지만, 이분들을 통상적인 난민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우리 정부가 면밀한 회의와 판단을 거쳐 군용 수송기로 데려온 분들이고, 그래서 난민과는 구별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인종이나 종교, 국적, 정치적 차이로 인한 박해를 피해 다른 나라로 탈출한 사람이라는 일반적인 의미의 난민이라기보다는 한국 공익에 도움을 준 ‘특별한 사람들’이라는 의미에서다.
정부가 난민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을 꺼리는 데는 난민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들끓고 있다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아프간 사태 이후 국내로 난민이 쏟아져 들어올 수 있다는 우려가 촉발했고, 이로 인해 국내 치안에도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여론도 커졌다. 이에 정부는 한국 국익에 도움을 주었던 이들이라는 의미의 용어를 사용하면서 부정적인 여론을 조금이나마 잠재우려고 했다.
정부는 당초 한국의 아프간 협력사업에 참여한 아프간인과 그 가족들을 ‘특별 공로자’라고 지칭했다. 그러나 특별 공로자의 경우 국적법상 특별귀화 대상을 뜻하는 표현이다. 이 때문에 아프간인들에게 한국 국적까지 부여하려 한다는 불필요한 오해가 발생하는 것을 막으려 ‘특별 기여자’라는 표현으로 수정했다. 아프간인들에게 장기체류를 허용하는 비자를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는 있지만, 국적까지 주는 것은 무리라는 내부 공감대에 따른 것으로 전해진다.
난민인권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런 용어 선택은 난민을 여러 부류로 갈리치는 성격이 짙다고 지적한다. 난민 전문 공익법센터 ‘어필’의 김세진 변호사는 “정부가 ‘기존 난민과 다르다’고 지속해서 선을 긋는 것은 난민을 사회적 갈등을 일으키는 존재로 보는 기존의 혐오 정서를 의식한 결과”라며 “부정적인 여론을 적극적으로 해소하기보다는 회피하려는 모습과 같다”고 평가했다.
정부가 이런 식의 모습을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8년 500명이 넘는 예멘인들이 제주도로 입국한 후 난민 신청을 한 이른바 ‘제주 예멘 난민 사태’ 당시 ‘가짜 난민 여부’가 쟁점이 됐다. 그러자 정부는 “가짜 난민이 없는지 엄정하게 심사하겠다. 국민안전을 최우선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이에 난민 중에 ‘진짜’와 ‘가짜’가 있으니 정부가 적극적으로 검증해야 하고, 국가에 도움이 되는 ‘진짜 난민’들만 수용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졌다. 결국 난민은 위험한 사람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커진 셈이다. 김 변호사는 “한국으로 온 아프간인들도 탈레반 사태로 인해 정부를 잃은 난민이다”라며 “정부가 유관기관에 도움을 줬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난민 지위를 한정적으로 인정한다는 메시지를 던진 셈”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아프간인들에 대한 비자 발급 등 신속한 행정 절차를 위한 용어 선택이었다는 입장이다. 박 장관은 이날 정부가 난민이라는 표현을 일부러 피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출입국관리법상 난민만 있는 게 아니라 다양한 비자 발급 형태가 있고, 이번 출입국법 시행령 개정도 규정 미비를 보완하려는 것이기 때문에 난민과의 구별이라는 시각은 옳지 않다”고 해명했다.
한편 정부는 아직까지 향후 발생할 아프간 난민들에 대한 추가 수용에 대한 입장을 뚜렷하게 밝히지 않았다. 박 장관은 전날 아프간인들의 입국 전 인천국제공항 밀레니엄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현재로서는 추가적인 난민 수용 문제에 대해선 검토한 바 없다”고 강조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