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카불 국제공항 인근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 발생 직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침통한 표정으로 대국민 연설에 나섰다. 그는 연설 도중 희생자들을 위한 묵념을 한 뒤 테러 단체에 대한 강력 대응을 천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현지시각으로 26일 오후 5시 25분쯤 백악관 이스트룸 연단에 섰다. 미군을 포함해 대규모 사망자가 발생하자 예정에 없던 연설 일정을 서둘러 잡은 것이다. 침통한 표정으로 이스트룸에 들어선 바이든 대통령은 “힘든 하루다”라고 말했다. 이어 어느 때보다 강경한 어조로 “잊지도, 용서하지도 않고 끝까지 쫓아가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테러 배후로 지목된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를 겨냥해 공격 계획을 지시했다고도 밝혔다. 테러리스트에 저지당하지 않겠다며 대피작전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 도중 희생자를 기리는 묵념을 했다.
이어 이번 테러로 희생된 미군 12명에 대해 “다른 이를 구하기 위한 가장 위험하고 이타적인 작전을 수행한 영웅들”이라고 치하했다. 이후 강경한 어조 사이로 감정에 북받쳐 목멘 모습도 보였다.
취재진과의 문답 과정에서는 애초 탈레반과 평화합의를 맺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도 일부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다가 “최근 일어난 모든 일은 근본적으로 내게 책임이 있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프간전 종전의 정당성을 재차 강조하며 연설과 문답을 맺었다. 그는 “여러분, 20년의 전쟁을 끝낼 때였다”는 말을 남기고 퇴장했다.
이날 오전 날아든 테러 소식에 백악관은 긴박하게 움직였다. CNN 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공항 폭탄 테러 사실이 백악관에 보고된 건 바이든 대통령이 국가안보담당 보좌진과 아프간 사태 관련 일일 회의를 잡아둔 시점이었다.
일일 회의차 백악관 웨스트윙 지하 상황실에 모인 바이든 대통령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마크 밀리 합참의장 등이 곧바로 테러 대응 회의에 돌입했다. 동남아 순방을 마치고 전용기로 이동 중이었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도 화상으로 회의에 참석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의 선거 캠페인에 나서기로 한 일정도 취소하고 워싱턴DC로 복귀하기로 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일정도 전면 조정됐다. 오전 11시30분 예정된 이스라엘 총리 나프탈리 베네트와의 백악관 회담은 직전에 다음 날로 연기됐고, 오후 3시 아프간 난민 수용 문제와 관련해 주지사들과 잡았던 면담은 취소됐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