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구 데이트 폭력’ 가해 남성 “합의 중…선고 미뤄달라”

입력 2021-08-27 06:18 수정 2021-08-27 09:46

지난해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든 ‘강서구 데이트폭력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된 20대 남성이 항소심 선고 당일 “피해자와 합의를 진행 중”이라는 취지로 재판 연기를 요청했다. 이 사건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와 20만명이 넘는 네티즌의 동의를 얻어 화제를 모았었다.

서울고법 형사10부(부장판사 이재희·이용호·최다은)는 강간 등 혐의를 받는 20대 남성 A씨의 항소심 선고기일을 지난 26일 진행했다. 이날 판결 선고를 받으러 나온 A씨는 직접 발언 기회를 얻어 “변호인 통해 지금 피해자 변호인과 합의 과정에 있다고 들었다”면서 “시간 주신다면 합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부탁드리겠다”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에 재판부는 이 사건 선고기일을 다음달로 연기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연인인 피해자를 상대로 상해, 협박 등 범죄를 저질렀다”면서 A씨에게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명령과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이나 장애인 복지시설에 대한 3년간 취업제한도 명했다.

다만 당시 재판부가 “피해자가 극심한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고, 엄벌을 청구하고 있는 점은 불리한 정상”이라고 밝힌 만큼, 2심 선고 전 A씨가 피해자와 합의에 이르면 처벌은 다소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이 사건은 1심 판결 이후 검찰과 피고인 측 모두 항소해 2심 재판에 이르렀다.

A씨는 지난해 7월 국민청원 게시판에 ‘강서구 데이트폭력 살인미수사건 강력한 처벌을 촉구합니다’라는 제목으로 게재된 글에 가해자로 지목되면서 대중적 공분을 샀다. 피해자의 지인으로 보이는 청원글 게시자는 “피해자가 사실 그 전부터 데이트폭력을 당해 고소를 준비 중이었다”면서 “혹여나 그 사이 가해자가 불법촬영물을 유포할까 매일 피 마르는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러다 가해자가 불법촬영물을 지워줄 것처럼 유인해 어쩔 수 없이 영상 삭제를 부탁하기 위해 만나게 된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해자는 A씨로부터 한 달여 간 끊임없이 폭행, 강간, 협박, 불법촬영 등을 당했다”면서 “그날도 핸드폰을 빼앗기고 칼로 위협까지 받았는데 강간과 폭행을 당한 직후라 속옷조차 입지 못한 상태로 맨발로 뛰쳐나와서 시민의 도움으로 살 수 있었다고 한다”고 했다.

해당 청원에는 21만2867명이 동의해, 청와대는 성폭력 범죄를 엄정 수사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으며 처벌 규정 또한 강화됐다는 취지의 답변을 내놨다. 다만 사건 관계인에 따르면 해당 청원 게시글 자체는 일부 사실관계가 틀린 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1심 선고 과정에서도 A씨가 피해자를 유인했다는 등의 내용 등은 언급되지 않았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