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공항 인근에서 26일(현지시간) 연쇄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해 최소 수십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상자에는 어린이와 미군도 포함됐다.
서방 국가의 대피 작업이 이뤄지고 있어서 피해가 컸다. 미군이 아프간에서 사망한 건 2020년 2월 이후 처음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이번 테러가 이슬람국가(IS) 의 소행이라고 설명했다. IS 역시 자신들이 주체임을 밝혔다.
탈레반의 자비훌라 무자히드 수석대변인은 “초기 정보에 따르면 13∼20명이 사망했으며 52명 다쳤다”며 “카불 공항의 미군 통제 지역에서 발생한 테러 공격을 규탄한다. 공격 배후를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그러나 “최소 30~40명이 사망하고 120명이 다친 것으로 확인됐다”는 복수의 아프간 보건 관리 발언을 보도했다. 이들 당국자는 “탈레반이 언론 브리핑을 하지 말라고 했다”며 익명을 전제로 설명했다고 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사망자를 최소 60명으로 보도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상자 숫자가 계속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많은 미군 병사들이 사망했고, 부상당했다”고 말했다. 군 당국은 해병대원 11명과 해군 의료팀 소속 1명 등 최소 12명이 사망했고, 15명이 부상을 당했다고 설명했다.
로이터통신은 “어린이를 포함해 13명 이상이 숨졌다. 공항 밖에 있던 탈레반 대원 다수도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카불 응급병원에만 부상자 60여 명이 이송됐다고 한다.
탈레반이 아프간 사람들의 출국 금지를 지시하면서 카불 공항에는 필사의 탈출을 하려는 사람들이 매일 대거 몰리며 극도로 붐볐던 상태였다. 이 때문에 사상자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실제 소셜미디어(SNS)에는 폭발로 인해 다친 수십 명의 시민들이 병원으로 옮겨지는 사진 등이 올라오고 있다.
이날 폭발은 카불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 애비 게이트, 공항에서 250m 정도 떨어진 배런 호텔 두 곳에서 연이어 발생했다. 애비 게이트는 서방 시민들이 공항 진입 때 주로 사용하는 출입구, 배런 호텔은 역시 서방 국가들이 카불 탈출 대기자들을 묵도록 하는 숙소로 알려졌다.
탈레반 관계자는 “미국인을 겨냥한 테러지만 아프간 사람들이 더 많은 피해를 입었다”고 NYT에 전했다.
미 당국자들은 “이번 폭발은 자살 폭탄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커비 대변인은 “복합적 공격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테러는 IS의 소행이며, 공격이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그동안 탈레반의 라이벌인 IS, IS-K, 또 다른 IS 지부 등의 테러 위협을 지속 경고해 왔다. 특히 정보당국 고위 관계자는 전날 “구체적으로 신뢰할 만한 (테러) 위협이 있다”며 서방 국가에 카불 공항을 떠날 것을 촉구했었다.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카불에서 전사하고 부상한 모든 사랑하는 이들과 동료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 하지만 당면한 임무를 단념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케네스 맥켄지 미 중부사령관도 “IS 공격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대피 작전은 계속된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테러 발생 이후 백악관 상황실로 이동해 상황을 주시했다. 오스틴 국방장관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마크 밀리 합참의장 등이 함께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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