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친구를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보여줘”

입력 2021-08-26 18:22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 정부 재건 사업을 도운 현지 조력자들과 그 가족들이 26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뒤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기자협회

아프가니스탄 바그람 미군 공군기지에서 한국직업훈련원 원장으로 일했던 공덕수(74) 박사는 이번 아프간인 이송 작전을 “‘한국은 한번 인연을 맺은 친구는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을 국제사회에 보여준 결정이었다”고 평가했다.

공 전 원장은 26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탈레반은 카불 점령 후 바그람 기지 내부 한국직업훈련원과 한국 병원을 폭파시켰다”며 “훈련원에서 근무했던 현지인 훈련 교사들이 아프간에 남아 있다면 처형이 기정사실화돼 있는 상황이었다. 가슴이 아팠다”고 말했다.

한국은 아프간 재건을 지원하기 위해 2010년부터 현지에서 아프간 지방재건팀(PRT)을 운영했다. 공 전 원장은 해당 사업의 직업훈련원 책임자로 지난 2010년 2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5년 가까이 근무했다. 그는 아프간을 떠난 이후에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자신이 데리고 있었던 현지인 훈련 교사들과 관계를 유지해왔다. 탈레반의 카불 점령 이후에도 연락을 이어왔고 이들 중 한국으로 오길 희망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현지 상황이 급박해지자 우리 외교부는 공 전 원장 측에 한국직업훈련원에서 근무했던 현지인 훈련 교사들 리스트를 공유했다. 공 전 원장과 한국인 직업 자문관들은 이들의 훈련원 근무 기록 등을 토대로 신원을 보증해줬다. 14명의 아프간 훈련 교사들이 74명의 가족들을 데리고 한국으로 탈출하는 데 도움을 준 것이다.

공 전 원장은 “이들의 신원은 확실하다”며 “한국직업훈련원이 미군 기지 내에 있었던 만큼 매일 출퇴근 때 미군과 파견 온 한국 경찰로부터 신원 체크를 받았던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14명의 훈련 교사들은 훈련원 근무 당시 매년 한 차례씩 공 전 원장 인솔하에 한국으로 들어와 산업 시찰을 하고 경북 경주를 방문하는 등 한국 문화도 경험했다. 그는 “훈련 교사들은 한국과 인연이 깊고 한국을 아주 잘 아는 사람들”이라며 “기술 분야 전문성도 갖추고 있는 만큼 취업 등 분야에서 향후 적응도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공 전 원장과 직업 자문관들은 한국에 입국한 아프간인들의 2주 간 자가 격리가 끝나면 이들을 직접 찾아 만날 계획이다. 공 전 원장은 “우리 외교부와의 이송 작전 협력 과정에서 이 문제를 제대로 책임지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확고하다는 것을 느꼈다”며 “아프간인들의 한국 적응 과정에서 도울 수 있는 게 있다면 최대한 힘을 보탤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