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인 아버지 명의로 111억원을 빌렸다가 갚지 못하게 되자 아버지를 살해하려 한 30대 남성이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6-2부(부장판사 정총령 조은래 김용하)는 존속살해미수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오모씨(34·남)에게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오씨는 지난해 6월 22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주차장에서 운전하던 차 조수석에 탄 아버지의 머리를 미리 준비한 둔기로 때려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를 받는다.
아버지의 저항으로 범행에 실패한 오씨는 교통사고로 범행을 위장하기 위해 아버지를 차에 다시 태운 뒤 고속도로로 향했다. 그는 “신고하지 않을 테니 내려달라”는 아버지를 근처에 내려준 뒤 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씨는 아버지의 법률사무소 명의로 차용증을 위조하는 수법으로 지인들에게서 돈을 빌려 유흥에 썼다가 갚지 못하는 빚이 40억원에 이르자 채무 명의자인 아버지를 살해해 상황을 해결하려 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씨는 범행 당일 휴대전화로 ‘후두부 가격’ ‘방망이로 죽이는 법’ 등을 검색해 길이 30㎝ 둔기를 미리 준비한 뒤 아버지를 조수석에 태우는 등 계획적인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 결과 오씨는 2018년 8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98장의 차용증을 위조해 지인들을 속여 111억원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에 대해 사기 혐의도 적용했다.
1심 재판부는 오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징역 8년을 선고했다. 1심에서 사기 혐의만 부인한 오씨는 항소하지 않았지만, 검찰은 1심 형량이 너무 가볍다며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편취한 금액 일부를 변제에 사용해 현재 남은 피해 금액이 16억원 정도로 보이고 존속살해 범행이 미수에 그친데다 피해자인 아버지가 피고인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며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윤정민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