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권익위원회 부동산 전수조사에서 부친의 땅 투기 의혹이 제기돼 의원직 사퇴 의사를 밝힌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을 두고 여당 인사들의 의혹 제기가 잇따르고 있다. 투기 의혹에 대한 검증이 끝나지 않았는데 선제적으로 의원직 사퇴 카드를 던진 것이 수상쩍다는 것이다. 여당 대선 주자들도 비판에 가세하고 나섰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26일 페이스북에 “부동산 문제가 불거지면 정치권이 앞다퉈 고강도 처방을 내놓는다.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은 기본”이라며 “과잉된 정치 액션은 사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먼저 사실관계를 분명히 밝히고, 필요한 조사를 진행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그 결과에 따라 합당한 책임을 지면 될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치권이 할 일은 개인의 정치 액션이 아니라 이를 방지할 법과 제도를 만드는 일일 것”이라며 “그래서 고위공직자 부동산 백지신탁제를 주장해왔다. 이와 더불어 직계가족 부동산 소유현황 및 과정을 공개하도록 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MBC ‘뉴스외전’에 출연해 “국민에 의해 지역구 의원으로 선출된 분이 자기를 선출해준 지역구민의 의사도 안 묻고 일방적으로 사퇴한다는 것은 좀 이상하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송 대표는 “대통령 후보로까지 나온 분이 당에서 탈당을 권유한 것도 아닌데 자존심 상한다고 탈당을 한다는 것은 누가 봐도 과잉 행동 아닌가”라며 “일부 언론은 대단한 결정이라고 미화하는 기사를 쓰고 있지만 상식적으로 봤을 때는 이상하다”고 주장했다.
김남국 민주당 의원 역시 “81세에 서울 살면서 약 3290평 세종시 농사, 윤희숙 의원의 아버지는 슈퍼맨이냐”며 “과연 상식적인 일인지 묻고 싶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김 의원은 “서울에 거주하던 부친이 갑자기 세종시에 토지를 구입한 점도 의문”이라며 “고령의 부친이 수백㎞ 떨어진 세종시 땅을 농사를 짓기 위해서 구입했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부동산 투기 의혹이 짙은데도 불구하고 (윤 의원은) 국회의원 사퇴로 의혹의 본질을 흐리지 않아야 한다”며 “이 사안은 정치적으로 책임질 사안이 아니라 철저한 수사가 있어야 할 사건”이라고 했다.
윤 의원 부친은 2016년 3월 직접 농사를 짓겠다며 농지취득 자격을 얻고, 그해 5월 세종시 전의면 신방리 논 1만871㎡(약 3300평)를 사들였다.
권익위는 윤 의원 부친이 세종시가 아닌 서울 동대문구에 살면서 벼농사도 현지 주민에게 맡긴 정황을 확인하고 그가 농지법과 주민등록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일각에서는 한국개발연구원(KDI)에 근무했던 윤 의원이나 기획재정부 장관 보좌관을 지낸 윤 의원 동생 남편 장모씨가 농지 매입에 관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윤 의원 제부 장씨는 SNS에서 “장인어른이 농지를 매입했다는 사실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며 “산업단지 조성 관련 내용은 지금도 잘 알지 못하지만, 당시에도 알지 못했던 내용”이라고 의혹을 부인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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