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광석 값 한달새 40% 급락…車·조선 등 원가 부담 줄어들까

입력 2021-08-27 05:14
중국 허베이성 탕산의 제철소 모습. 신화=연합뉴스 자료사진

연일 t당 200달러를 넘어서던 철광석이 지난달 말 200달러 밑으로 내려온 뒤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9일은 하루에만 철광석 가격이 14%가량 급락하기도 했다. 중국이 대대적으로 철강 감산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영향이다. 다만 이 같은 흐름이 국내 철강제품 가격에 영향을 미치기까진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

26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19일 철광석 가격(중국 칭다오항 기준)은 t당 132.66달러까지 떨어지며 올해 들어 가장 낮은 가격을 기록했다. 한달 전 같은 날(221.04달러)보다 40% 하락했다. 이후 가격이 다시 오르며 지난 25일 기준 148.66달러까지 회복했지만 이 역시 올해를 기준으로 보면 유례없이 낮은 수치다. 이를 두고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13년 전 현물가격을 조사하기 시작한 이래 철광석 값이 올해처럼 급락한 적은 없었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철광석 값이 급격하게 하락한 것은 중국의 철강 감산이 본격화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철강 생산량이 줄어들면 원자재인 철광석 수요 역시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달 중국의 조강생산량은 8679만t으로 전년 동기 대비 8.4% 감소하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올해 들어 나타난 첫 감소세이기도 하다.

중국은 내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올림픽 블루(맑은 하늘)’ 실현을 위해 철강 감산에 주력하고 있다. 일례로 중국에서 가장 철강 생산량이 많은 탕산시는 이달부터 ‘탕산시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대기질 보장 시행 방안’을 발표하고 공개 의견수렴 절차를 진행 중이다.

그런데다 중국은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목표에 따라 올해 철강 생산량을 지난해 수준으로 유지키로 한 만큼 철강 감산은 지속될 전망이다. 호주 최대 상업은행인 커먼웰스은행은 중국이 올해 철강 생산량을 지난해 수준으로 유지하려면 8월부터 12월까지 12% 정도의 생산량 감축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국제통화기금(IMF)이 중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조정하는 등 중국의 산업·소비 등 경기지표가 둔화된 것도 철광석 가격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LNG운반선. 삼성중공업 제공

철강업계는 철광석 값이 연일 t당 200달러를 넘어서며 강세를 보였던 것을 토대로 조선, 자동차 등 수요산업에 대한 철강제품 가격을 인상했었다. 최근 조선업계와도 하반기 후판가 협상을 마무리하면서 t당 30만~40만원가량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조선 빅3(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는 지난 2분기 실적에 후판가 인상에 따른 공사손실충당금으로 총 2조원을 반영했다. 후판 가격은 통상 선박 건조 비용의 약 20%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요산업의 기대와는 달리 올 하반기까지는 철강제품 가격이 하락하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중국이 자국 철강제품의 수출을 사실상 틀어막으면서 국내로 유입되는 저렴한 중국산 철강재가 적은 데 비해 수요는 건재한 탓이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광석 가격은 떨어졌지만 석탄 가격이 급등했고, 계절상 성수기인 가을로 접어들었기 때문에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은 낮아보인다”며 “철강재 가격엔 수요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당분간 가격은 떨어지기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당장은 영향이 없어도 시차를 두고 국내 철강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단 전망도 나온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