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은행이 지난 24일 주택담보대출(주담대)·신용대출 제한 조치를 단행한 지 이틀 만에 하나은행도 신용대출 공급 규모를 줄이겠다고 예고했다. 금융위원회가 ‘타 은행에서 대출 취급 중단이 확산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한 지 사흘 만이다. 다른 시중은행도 대출 규제에 동참할 경우 연쇄적인 대출 중단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하나은행은 오는 27일부터 일반신용대출의 개인 한도를 연 소득 이내로 제한한다고 26일 밝혔다. 한도대출(마이너스통장)은 소득과 관계없이 최대 5000만원 한도로 축소된다.
이는 신규, 대환, 재약정, 증액 등 대부분 계약에 적용된다. 다만 만기가 도래하는 기존 여신의 만기 연장은 정상적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전세자금대출, 주담대 등 실수요 대출도 기존대로 취급된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신용대출 한도 축소 우려에 의한 가수요 증가 및 투기적 용도 수요 급증에 대비한 관리 방안”이라며 “주담대 등 필수 대출과 서민금융 부문은 차질없이 취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은행의 대출 제한 조치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마이너스통장 한도 제한이다. 기존 금융권에서는 시중은행의 대출 한도 제한선을 1억원으로 예상해왔는데, 하나은행은 반 토막 수준인 5000만원으로 최대한도를 정한 것이다.
이는 은행권 대출 제한 소식이 계속해서 들려오자 ‘일단 받아놓고 보자’는 식의 ‘패닉 대출’이 늘어난 탓으로 보인다. 특히 마이너스통장의 경우 지난주(17~20일)에만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기준 7557건이 신규 개설됐다. 1주일 전(10~13일)과 비교해보면 33.3%(1886건) 급증했다.
5대 시중은행 가운데 2개 은행이 대출 제한에 나서며 시장에서는 ‘연쇄 대출절벽’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금융위는 앞서 지난 23일 “(농협에 이어) 다른 금융회사들에서까지 대출 취급 중단이 확산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공언했지만, 실제 대출 한도가 축소되는 은행이 나오며 설득력을 잃어가는 모양새다. 금융당국은 시중은행 외에도 저축은행, 카드사, 보험사 등 업계의 대출 규제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더해 나머지 은행들도 금감원 요청에 따라 개인 신용대출 상품별 최대한도 현황과 한도 조정 계획을 27일까지 제출할 계획인 만큼 ‘대출 불안’은 쉽게 진화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