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앱 문구 하나 바꿨는데… 일회용 수저 月 6500만개↓

입력 2021-08-26 15:16
가을장마의 영향으로 전국적으로 많은 비가 내린 지난 21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도로 위로 배달라이더가 비를 맞으며 길을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음식배달 업체들이 모바일 주문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일회용 수저 선택 옵션을 변경한 후 한 달 만에 수저 사용량이 6500만개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운동단체 녹색연합은 26일 배달의민족·요기요·쿠팡이츠 등 배달 앱 3사의 ‘일회용 수저 안 받기’ 선택 비율을 분석해 이 같은 결과를 도출했다고 밝혔다.

배달 앱 3사는 지난 6월부터 ‘일회용 수저 안 받기’를 기본값으로 변경했다. 기존에는 소비자가 ‘일회용 수저 빼주세요’ 옵션을 따로 선택해야 주문 요청사항에 반영됐는데 6월부터는 ‘일회용 수저 필요해요’ 옵션을 선택하는 식으로 바뀐 것이다. 환경 보호를 위해 소비자가 필요한 경우에만 일회용 수저를 제공한다는 취지다.

녹색연합은 통계청 음식 서비스 거래액과 배달 앱 3사의 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 6월 한 달 동안 일회용 수저 6574만개가 감소한 것으로 추정했다. 배달 앱 3사의 전체 주문 건수(9358만건) 중 일회용 수저가 지급되지 않은 비율이 70%에 달했다. 지난해 6월(1498만건)과 비교하면 4배 이상 증가한 수치로 1년 새 일회용 수저를 5000만개 이상 덜 쓴 셈이다.

지난 6월 기준 배달의민족 일회용 수저 미지급 비율은 71.3%로 전년 동월(15.8%) 대비 55.5% 포인트 늘었다. 같은 기간 요기요와 쿠팡이츠도 미지급 비율이 각각 49.0% 포인트, 55.0% 포인트 증가했다. 허승은 녹색연합 팀장은 “배달 앱 문구 하나 바꿨을 뿐인데 일회용 수저 사용량이 눈에 띄게 줄었다”며 “배달 앱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확인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여파로 지난해 음식배달 주문 건수가 2019년 대비 78.0% 늘었다. 이로 인한 폐플라스틱과 발포수지류도 각각 19.0%, 14.0% 증가했다. 지난 6월에는 온라인 음식 주문 거래액이 2조원 가까이 치솟았다. 환경부는 “음식 배달 용기의 두께를 제한하고 다회용기 사용을 지원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라며 “용기 재질과 구조를 표준화해 손쉬운 재활용 방법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종=최재필 기자 jp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