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렸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 충격을 막기 위해 지난해 5월 이후 15개월째 유지하던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인상해 0.75%로 맞췄다. 사실상 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린 것이다.
금융업계는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시장에 풀린 막대한 규모의 유동성에 변화가 올 것으로 내다본다. 특히 부풀 대로 부푼 가계대출에 상당한 충격파가 불가피하다.
2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가계신용(가계부채+판매신용) 총액은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1806조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가계대출은 1705조원이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금리가 상승하면 대출을 받은 가계의 이자부담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가계대출에서 변동금리 대출 비중은 70%로 추산된다. 예금은행의 잔액기준 변동금리 대출 비중은 72.7%다.
한은은 지난 5월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서 가계대출 금리가 1% 포인트 오르면 가계의 이자부담이 11조8000억원 는다고 봤다. 단순 계산으로 기준금리가 0.25% 포인트 오르고, 이에 맞춰 가계대출 금리가 같은 폭으로 인상된다면 가계의 이자부담은 2조9500억원 증가한다. 대출금리 인상 폭은 시장 상황에 따라 금융기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당장 자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으로 보인다. 시장에선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 신호를 지속적으로 보내왔기 때문에 충격이 크진 않을 것으로 분석한다. 다만 금리인상 흐름이 계속 이어지면서 자산시장의 조정은 불가피하다.
대신 가계대출을 크게 지고 있는 가계의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가계대출 금리가 1% 포인트 오르면 은행권 가계대출 연체액이 최대 5조4000억원까지 늘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경연에 따르면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2011년 1분기 435조1000억원에서 올해 1분기 868조5000억원으로 10년간 연평균 7.0% 늘었다. 한경연은 가계대출의 60~70%를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 수요가 폭증하면서 가계대출이 빠르게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은행권 가계대출 중 주택담보대출(잔액 기준)은 2011년 1분기 294조1000억원(가계대출에서 67.6% 비중)에서 올해 1분기 598조9000억원(가계대출에서 69.0% 비중)으로 연평균 7.2% 늘었다. 같은 기간 중 가계대출 연평균 증가율 7.0%보다 0.2% 포인트 높다. 이런 상황에서 가계대출 금리가 1% 포인트 오르면 연체율은 0.32% 포인트 높아진다는 게 한경연의 추정이다.
한경연은 1분기 현재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868조5000억원)을 감안하면 가계대출 연체 증가액은 2조7000억원이 될 것으로 추정했다. 다만 금리인상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충격이 발생하면 가계대출 연체율은 0.62% 높아지고, 연체액은 5조4000억원 늘어난다고 예측했다. 한경연은 “가계대출 금리 인상과 함께 주택가격 하락, 경제성장률 둔화가 복합적으로 나타나면 가계 부실이 심화할 수 있다”고 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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