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올드한 ‘회장님차’라고?…젊고 똑똑해진 ‘뉴 K9’

입력 2021-08-29 06:22 수정 2021-08-29 06:22
기아의 더 뉴 K9 모습. 최지웅 기자

3년 만에 돌아온 기아의 맏형 ‘더 뉴 K9’가 페이스리프트(부분 변경) 모델이라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작심한 듯 새 모습으로 돌아왔다. ‘회장님차’ 특유의 고집스러운 올드한 느낌은 온데간데없고 날렵한 디자인에 첨단 사양까지 무장한 플래그십 세단으로 재탄생했다.
최근 서울 광진구 그랜드 워커힐호텔에서 진행된 ‘미디어 시승행사’에서 더 뉴 K9 3.3 가솔린 터보를 타고 경기도 포천의 한 카페까지 약 90㎞의 왕복 구간을 주행했다.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외관이다. 앞면 후면만 달라졌을 뿐인데도 이전 모델과 차별화가 확실했다.

더 뉴 K9 뒷좌석 모습. 최지웅 기자

우선 대형 그릴이 시원하게 양옆으로 확장되면서 우아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릴과 마찬가지로 가로로 길게 뻗은 헤드라이트는 날렵한 눈매를 연상케 했다. 후면에 들어간 화살촉 모양의 리어램프는 눈에 확 들어오는 디자인은 아니었지만 대형 세단다운 중후하고 정제된 세련미를 느낄 수 있었다.
더 뉴 K9 실내 모습. 최지웅 기자

운전자보다는 탑승자에 초점이 맞춰진 세단답게 뒷좌석에 설치된 각종 편의 기능이 인상적이었다. 뒷좌석 팔걸이에는 조수석 등받이에 설치된 터치식 디스플레이를 원격으로 활용할 수 있는 리모컨이 부착돼 있었다. 골프장 검색, 음악 설정, 에어컨 조절, 마사지 등 다양한 기능을 제공했다. 화사한 베이지 톤으로 이뤄진 인테리어는 우아함과 안락한 분위기를 더했다.
버튼 하나로 조수석이 앞으로 밀리며 뒷좌석에서 다리를 뻗을 수 있게끔 하는 기능은 벤츠S클래스를 연상시킬 정도였다. 천장에 부착된 거울과 센터에 있는 휴대전화 무선충전박스는 세심한 탑승자 배려를 느낄 수 있게 하는 부분이었다. 다만 개방감은 물론 소음 차단 능력까지 뛰어난 이중접합창문에 수동 햇빛 차단막을 설치한 점은 다소 아쉬웠다.
더 뉴 K9 운전자석 모습. 최지웅 기자

운전석에서 승차감은 단점을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 전기차를 탄 듯한 정숙성은 물론 컴포트 모드에서 부드럽게 작동되는 서스펜션은 비포장도로에서도 실내에 가해지는 충격을 훌륭하게 흡수했다. 헤드레스트의 단단한 지지력과 공기주머니 개별 제어 기능으로 전신 마사지를 해주는 ‘스트레칭 모드’는 장거리 주행에서 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주행에 즐거움을 주는 인포테인먼트나 계기판 그래픽을 한 단계 낮은 급인 K8과 같은 것을 사용한 부분은 개선이 필요해 보였다.
세계 최초로 선보인 ‘전방예측 변속 시스템(PGS)’는 K9의 진가를 보여주는 마침표다. PGS는 내비게이션과 카메라, 라이다, 레이더 등의 신호를 활용해 전방 도로 상황을 예측하고 변속 단수를 조절하거나 중립으로 바꾸는 기능이다. 과속 방지 카메라가 있으면 내비게이션이 인지하고 변속 단수를 미리 낮췄다. 커브길이나 비탈길을 지날 경우나 고속도로에서 출구로 빠지는 상황에서 브레이크를 여러 번 밟아야 하는 수고를 덜어줬다.
컴포트 모드로만 계속 달린 최종 연비는 10.2㎞/ℓ로 공식 연비(8~9㎞/ℓ)보다 잘 나왔다. 3.8 가솔린과 3.3터보 가솔린 2개 모델로 운영되는 K9 가격은 5694만~8407만원이다.
더 뉴 K9 뒷좌석 모습. 최지웅 기자

포천=글·사진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